[신간리뷰] '온세상은 한 송이 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숭산(崇山.75)스님은 불교계에서 보장된 앞날을 박차고 1966년 도미(渡美), 보스턴시 한 세탁소에서 일하며 포교를 시작해 오늘날 세계속에 한국 선(禪)불교의 위상을 세운 큰스님이다.

그의 외국인 제자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스님은 『만행-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로 유명한 현각(玄覺.37). 최근 외국인 스님으론 처음으로 경북 영주 현정사 주지로 취임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숭산 스님을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랫 동안 모셔온 외국인 제자는 무심(無心.44.사진)스님이다. 무심 스님은 현각 스님보다 6년 이른 86년에 출가했고, 지금도 숭산 스님의 수행비서로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다. 외국인 스님들이 모여 사는 서울 화계사 국제선원의 원장이기도 하다.

숭산 스님을 잘 아는 무심 스님이 스승의 말씀 중 가장 핵심적인 가르침을 따로 모아 묶은 것이 『온 세상은 한 송이 꽃』이다. '하루에 한 편씩 읽는 3백65일 선' 이란 부제처럼 참선을 위한 화두가 될만한 가르침 3백65가지를 모았다. 숭산 스님이 깨우치고 재해석한 선불교의 핵심 교리, 조주(趙州)대선사와 같은 역대 고승들의 일화, 선시(禪詩)와 깨달음의 노래 등등. 가르침의 내용은 다양하지만 하나 같이 선지식의 영역이라 뜬 구름 같기도 하고, 복잡한 수수께끼 같기도 하다.

잔뜩 새겨야할 법문을 쏟아놓고도 숭산 스님은 "이해하려고 애쓰지 말고 '오직 모를 뿐' 인 마음으로 정진하라" 고 꾸짖는다. 스님이 가장 아끼는 제자에게 준 법명처럼 그저 '무심' 하게 읽어야할 책이다.

오병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