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촬영장치 MRI로 정치성향 분석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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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CLA 연구팀이 실험 대상자들의 MRI 사진을 보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

알츠하이머병 등을 진단하는 뇌 촬영기술인 MRI(자기공명 영상장치)를 이용, 정치 성향의 차이를 파악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AP 통신이 28일 보도했다.

미국 UCLA 연구팀은 지난달 공화당원 10명과 민주당원 10명에게 조지 W 부시.존 케리.랠프 네이더 등 대통령 후보 3명의 사진을 보여준 뒤 MRI로 촬영했다. 뇌에서 특정한 감정이나 활동을 관장하는 부분의 혈액 순환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려는 것이다. 해당 부분이 반응을 보이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산소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산소를 운반하는 혈액의 흐름에 변화가 생긴다.

이들은 지지 후보의 사진을 보여주자 뇌에서 '공감(共感)'과 관련된 부분의 활동이 증가했다. 반면 반대편 후보 사진을 접하자 감정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곳의 혈액 순환이 늘어났다. 이는 그 사람을 싫어한다는 뜻이다. 공화당원과 민주당원의 뇌 활동이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점도 포착됐다. 연구팀 조슈아 프리드먼 박사는 "민주당원들의 뇌는 케리 후보의 사진을 보자 '아름다운 석양을 볼 때처럼 깊은 유대감을 동반한 채'반응했다 "고 말했다. 부시 사진을 본 공화당원들의 뇌는 '다른 사람과 미소를 나눌 때처럼 서로 교감을 나누는'식으로 반응했다.

재미난 건 9.11 테러 이미지를 이용한 부시 대통령의 선거 광고를 봤을 때의 반응이다. 민주당원은 뇌의 특정 부분이 공화당원보다 훨씬 활발하게 움직였는데 이 부분은 사람이 뱀을 봤을 때 반응하는 곳이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민주당원이 놀랍다고(alarming) 느끼는 것에 대해 공화당원은 별로 상관치 않는다는(not as bothered)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이 실험이 더 발전한다면 소비자의 심리를 읽는'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이 향후 선거전에서 필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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