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 런던서 부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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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이 러시아 스파이의 소굴이 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지가 고위 정보 관계자의 말과 대외비 문서의 내용을 인용해 26일자로 보도했다.

신문은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 외교관 가운데 적어도 32명이 스파이로 분류돼 있다고 밝혔다. 소속은 KGB 후신인 SVR과 군사정보기관인 GRU로 양분된다. SVR 소속 18명은 정치(반정부활동 포함)관련, 안보 관련, 산업 관련(첨단기술) 등 세 분야로 나눠져 활약한다. GRU 소속 14명은 영국 내 미군 기지와 핵 관련 시설 등에 대한 정보 수집에 열심이다. 스파이들은 각자 10여명의 에이전트(정보원)를 거느리고 있어 광범위한 조직망을 형성하고 있다.

영국이 러시아 스파이 활동의 중심이 된 것은 특히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군사활동 관련 정보를 얻기에 좋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으로 망명해 반정부 활동에 뛰어든 보리스 베제로프스키, 런던의 명문 축구클럽 첼시구단을 사들인 로만 아브라모비치 등 러시아 올리가르히(과두재벌)들이 런던에 살고 있다. 이들에 대한 감시도 중요한 업무다. 체첸 반군 문제와 직결된 중동 정보 역시 런던이 세계적인 보고(寶庫)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9.11 이후 알카에다와 무슬림 테러조직에 대한 정보활동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반(反)스파이 활동 예산을 절반으로 줄였다.

런던=오병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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