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동문회 모임 청장 사전보고 받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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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이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 진압과 관련한 경찰대 동문회의 성명 발표 등 집단행동 움직임을 사전에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경찰청 공보관실이 동문회 성명서가 나오기 전날인 18일 저녁 동문회 움직임을 보도한 세계일보 기사(19일자 초판) 내용을 보고한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당시 공보관실은 '경찰 관련 보도' 라는 보고에서 32개 경찰 관련 보도물 중 두번째로 '대우차 폭력진압 너무했어요' 라는 제하의 세계일보 기사를 올렸다. 이 보고서는 청장 비서실과 주요 국장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경찰청은 21일 '경찰대 동문회 집단행동에 청장 비서실장(길병송 경감) 개입' 이란 본지 단독 보도로 사건이 확대되자 "李청장이 사전 보고를 받지 못했다" 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李청장이 동문회 움직임을 미리 파악하고도 조치하지 않은 점을 경찰청 수뇌부가 은폐하려 하고 있다는 의문이 일고 있다.

◇ 경찰대 동문회 움직임 보고=당시 세계일보 보도는 경찰대 동문회 회동 사실과 함께 李청장 등 경찰 수뇌부에 자성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만들기로 했다는 내용을 담았다.

경찰청 한 관계자는 "신문 보도 보고서는 매일 저녁 주요 국장급 이상 간부들에게 보고된다" 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李청장은 해외 출장 때도 팩스로 이 자료를 받는다" 면서 "李청장이 경찰대 동문회 움직임을 성명이 나올 때까지 몰랐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공보관실은 23일 "李청장은 18일 저녁 외출을 해 (동문회 움직임을)보고받지 못했고 동문회 성명이 나온 뒤인 19일 오전 11시쯤 처음 이를 보고받았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앞서 18일 오전 9시52분 경찰대 총동문회 홈페이지에도 동문회 모임에 관한 글이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글에는 청장 비서실장인 吉경감이 17일 모임에 참석한 사실은 물론 동문회가 18일 모임을 갖고 결의문이나 건의문을 채택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 사전 조치 안해=그러나 경찰은 19일 동문회의 성명서가 경찰청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police.go.kr)에 오를 때까지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경찰 관계자는 "성명서가 경찰청장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는 내용이기 때문에 미리 제지했어야 했다" 고 주장했다.

경찰대 동문회는 1999년 6월 '경찰 수사권 독립' 을 놓고 검.경 갈등이 빚어지자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으나 김광식(金光植) 당시 경찰청장 지시로 성명을 내지 않았었다.

한편 吉경감은 李청장이 경찰대 총무과장이던 84년 경찰대(2기) 학생대표를 지냈고, 李청장이 서울경찰청장에 부임한 99년부터 경찰청장이 된 지금까지 비서실장을 맡고 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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