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기 왕위전] 이희성-조훈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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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싸움닭' 처럼 더 강해지는 조훈현

제2보 (19~38)=기풍(棋風)은 다름아닌 성격이자 기질의 발로다.

曺9단의 기질은 나이들수록 오히려 강렬해져 요즘의 그에겐 '화염 방사기' 란 별명을 새로 선사하고픈 심정이다. 국수전에서 맞붙은 曺9단과 루이나이웨이(芮乃偉)9단은 실로 두대의 화염 방사기였다.

19로 키우자 20으로 파고들었는데 여기서 曺9단의 기질이 또 나온다. 보통은 '참고도1' 처럼 흑1로 붙여 공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흑1로 붙이는 순간 백2를 당하게 된다. 曺9단은 공격의 성패를 떠나 백2를 한방 당한다는데(상대가 그걸 주문하고 있다는데) 강렬한 거부감을 느낀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21의 침입. 붙일 틈을 안주고 먼저 쳐들어가는 것인데 실로 曺9단의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준 한 수라 할 것이다.

32까지는 이런 정도라고 말한다. 어느덧 하변에 파고든 20의 한점은 뒷전이 되고 좌변 처리가 급선무로 떠올랐는데 여기서 등장한 33이 다시 한번 논란을 일으킨다.

상식이라면 '참고도2' 의 흑1처럼 강한 쪽을 한 발 피해 갈라치는 것일 게다. 曺9단은 그러나 약간의 무리를 감수하며 싸우는 스타일. 하지만 38에서 응수가 궁해졌다.

A로 나오고 싶지만 흑은 B로 뚫고 C로 끊어버릴 것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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