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피플] 광고사 리앤디디비 이용찬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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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창업 1년 만에 21억원의 흑자를 냈는데, 애쓴 종업원에게 당연히 돌려 줘야죠. "

리앤디디비(http://www.leeddb.com) 이용찬(44.사진)사장은 지난해 거둔 경상이익의 33%인 7억원을 최근 종업원들과 나눠가졌다.

회사를 세우면서 도입한 이익공유(profit sharing)제도에 따라 직급.연봉을 기준으로 직원 한 사람당 4백만~5천만원까지 돌려줬다.

李사장은 1999년 12월 미국 광고회사 1위인 디디비와 49대 51의 비율로 합작할 때 세 가지 조건을 걸었다.

이익의 3분의1은 회사발전을 위한 재투자로, 3분의1은 주주에게, 나머지는 사원들이 나눠 갖는다는 것. 1년 만에 약속을 지킨 것이다.

이 회사는 신생사지만 창의력을 앞세우는 광고회사답게 '튀는' 구석이 많다. 사무실부터 그렇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회사에 들어서면 좌측에 로마시대를 연상케하는 길이 1m가 넘는 전사용 칼이 '평범에 대한 거부(Enemy of ordinary)' 라는 글귀와 함께 꽂혀 있다.

"이 말은 리앤디디비의 정신입니다. 광고인이 자신이 만든 광고 문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칼로 자결할 정도의 열정을 갖고 만들어야죠. "

광고주에게 납품할 때도 소형 칼을 한자루 준다고 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칼로 리앤디디비와의 관계를 끊어도 좋다는 뜻이다,

경영이념도 특이하다. '행복' 이다. 종업원이 행복하면 덩달아 회사도 잘되기 때문이란다. 지난해 李사장은 전 직원에게 보약을 지어 주기도 했다.

李사장은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 시리즈에 이어 SK텔레콤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스피드 011' 'OK SK' 등 히트작을 잇따라 내놓아 광고계의 주목을 받아 왔다.

"제품이 나쁜데 좋은 광고를 만들어주면 그 회사는 빨리 망하게 됩니다. 광고때문에 잘 팔리는 것을 모르고 제품 질을 향상시키지 않더군요. 실제 경험도 있어서, 제품의 질이 떨어지면 광고제작을 거부합니다. "

SK그룹.존슨앤존슨.대웅제약.동양제과 등 20여개 회사의 광고를 대행하고 있는 리앤디디비는 지난해 8백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는 1천4백억원 매출로 광고업계 10위권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李사장은 83년 한양대 신방과를 졸업하고 대보기획.제일기획.웰컴 국장을 거쳐 97년 리앤파트너라는 광고회사를 세워 독립한 뒤 지난해 1월 리앤디디비 사장을 맡았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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