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대우차 폭력진압' 해법 놓고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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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대우자동차 노조원 과잉진압 사태를 어떻게 풀지 고민하고 있다. 직접 유감 표명(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심정' )을 하고 민승기(閔昇基) 인천경찰청장을 직위해제했지만 노조의 불만은 여전하고, 야당의 거센 공세도 계속되고 있다.

19일 민주당 특보단과 한 청와대 오찬에서 특보단 소속 의원들은 "과잉진압이 문제" (崔龍圭.인천부평을), "노동계가 대통령을 존경했는데 피 흘리는 장면이 나와 안타깝다" (朴仁相.전국구)면서 조기 해결을 건의했다. 오찬 뒤 한 참석자는 "빨리 해결하는 방법은 이무영(李茂永)경찰청장을 교체하는 것" 이라고 주장했다.

金대통령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인권문제로 비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권 대통령' 이라는 이미지가 상처날 수 있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특보단에도 "확실하게 민주.인권국가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고 강조했다. 金대통령이 경찰의 과잉진압을 '폭력' 으로 규정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청와대측은 전했다.

그렇지만 청와대 내에는 다른 의견도 만만치 않다. 국정 장악력을 받쳐줄 경찰의 사기가 꺾일 수 있는 측면 탓이다. 한 관계자는 "李청장까지 경질하면 화염병을 던지는 과격시위를 누가 진압하려고 나서겠느냐.

공권력은 무장해제하게 되고 임기말 관리는 어려워진다" 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閔청장의 퇴진에 대해 경찰 내부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 고 말했다. 심지어 경찰대학 동문회는 성명서까지 내며 반발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좀더 사태 진전과 여론 흐름을 지켜보자" 고 청와대 참모들은 말한다. 박준영(朴晙瑩)대변인은 "李청장의 교체 움직임이 사실이냐" 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은 조사가 진행 중" 이라고 말했다.

다른 실무 참모는 "잘못 손을 대면 문제가 확산될 수 있다" 고 말했다. 李청장을 교체하더라도 "주도권을 확보하고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시점을 잡아야 한다" 고 그는 말했다. 야당 주장에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되면 "여론이 진화되기보다 국정 고삐만 놓치게 된다" 는 것이다.

특히 이것이 노사분규에 대처하는 '모범 사례' 가 되기 위해서는 과격시위에 대한 처벌도 병행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렇지 않고 "경찰쪽만 책임을 물으면 사용자측이나 해외 투자자의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 는 보고서도 올렸다고 한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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