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일기] 일정 집착하는 'F-X 사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현재 일정이나 구입 물량 등으로 볼 때 정부의 차세대 전투기 기술도입 생산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어 보인다. " (민주당 柳三男 의원)

"차세대 전투기 기술 도입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중앙일보 보도에 대해 해명하라. " (한나라당 朴世煥 의원)

18일 국회 국방위의 주제는 단연 차세대 전투기(F-X)였다. 그중에도 수조원이 들어가는 F-X사업의 핵심부분인 기술 이전 문제가 초점이었다.

본지 취재팀이 5주에 걸쳐 취재한 F-X사업. 마치 성역처럼 여겨져온 국방문제를 다룬 건 이 사업이 단순히 국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앞으로 30년간 한반도의 하늘을 책임질 첨단 전투기의 확보, 나아가 우리 기술력으로 그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까지 갖추자는 것이 F-X사업의 목표다. 항공산업이 21세기 고부가 산업으로 인식되는 만큼 우리 항공산업의 장래를 위해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그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들이 여기저기서 제기됐고, 취재를 통해 그런 걱정이 기우(杞憂)만은 아님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국방부장관과 참모진은 이날 "한국형 전투기 개발 기술 확보를 위해 기술 이전 문제를 계속 검토 중" 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부족해 보이는 정부의 투자 의지, 그리고 정해 놓은 일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듯한 태도는 여전하다는 느낌을 줬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항공산업 잠재력을 매우 높게 본다. 연간 15조원대로 세계 10위권에 드는 우리의 방위비 규모로 볼 때 얼마든지 항공산업 기술력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공.방위산업의 장래를 위해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기술을 함께 이전 받는 것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항공우주 분야의 교수는 "이번에 기술 이전이 안되면 4조원을 주고도 항공 기술 수준은 10년이나 퇴보한다" 고까지 말했다.

기종 결정을 더 미루더라도 각 기종의 성능에 대한 철저한 공개 검증과 함께 기술 이전 문제를 확실히 해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F-X사업이야말로 첨단기술을 함께 들여올 절호의 기회" 라는 전문가들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전진배 사회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