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F-X 사업] 전문가들 충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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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첨단 전투기 생산을 위해선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 요건이다. 비행.전투능력은 물론 레이더.무기체계의 성능도 전자장비의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잘 기능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자장비의 값이 전투기 가격의 절반을 넘는다.

F-X사업의 국내 기술도입 협상 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비행제어기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국방부 역시 지난해 4월 F-X사업 참여를 희망한 미국 보잉사 등 네 업체에 비행제어 프로그램을 비롯, 전자장비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의 세부성능과 프로그램의 구성 내용을 알 수 있는 '원천(소스)코드' 를 제안서에 첨부하도록 요구했다. 각 소프트웨어의 성능 테스트 결과서도 첨부토록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막대한 돈을 들여 개발한 원천기술을 그대로 넘겨주긴 곤란하다" 며 핵심 전자장비의 기술 공개를 거부했다. 심지어 한 업체는 소스 코드제공에 전투기 구입과는 별도로 F-X 전체 예산의 25%에 달하는 10억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부 정보화기획실 고위 관계자는 "과거 KFP(한국형 전투기사업)때도 F-16기의 소프트웨어 평가를 제의했지만 업체(제너럴 다이내믹스)측이 산업기밀이라며 거절했다" 고 밝혔다.

국방부 자문위원인 이남용(李南鎔)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는 "전투기의 기본성능을 확인하는 소프트웨어 테스트는 필수적" 이라며 "F-X 후보기 소프트웨어 공청회를 갖는 등 관련 전문가들에 의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전투기의 껍데기만 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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