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하면 사람들이 좀 ‘재수없다’고 할 텐데….”
플루트 연주자 최나경씨는 한해 평균 150여 회 오케스트라 무대에 선다. 독주회도 20여 회. 이틀에 한 번 연주 경험이 발전의 원동력이다. [크레디아 제공]
4차 오디션까지 치르는 동안 든 생각은 ‘어, 이러다 정말 붙겠는데’였다. 경쟁자 186명을 뚫고 최종 발탁이 됐을 땐 ‘아, 이제 합격의 대가를 치러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첫 한국인 플루티스트가 됐다. 당시 신시내티 오케스트라 안에서는 한 명뿐인 비(非) 미국인, 최연소였다. 현재 부수석이다.
최씨는 ‘합격운’이 좋다. 2002년 마이애미 뉴월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디션에도 붙었다.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1987년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실력 좋은 음대 졸업생을 뽑아 훈련시킨 뒤 세계의 명문 교향악단으로 내보내는 곳. 많은 학생이 ‘스펙’을 추가하려고 꿈꾸는 무대다. “조기 입학한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한 뒤 ‘심심해서’ 봤는데 붙었죠. 하지만 줄리아드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포기했어요.”
클래식계에 ‘엄친딸’이 있다면 이럴까. 최씨가 바이올린 작품을 플루트로 옮겨와 연주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멘델스존·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편곡해서 연주했어요. 그런데 제가 하는 건 사실 편곡이 아니에요. 그냥 그대로 해요.”
최씨는 바이올린이 하는 것을 똑같이 플루트로 연주할 수 있다. 마음먹은 대로 뭐든 연주할 수 있는 테크닉 덕분이다. 쇼팽·포레·드뷔시 등의 바이올린·첼로 곡을 꾸준히 플루트로 옮기고 있다.
신시내티 오케스트라는 그를 한층 성숙시켰다. 파보 예르비·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등 쟁쟁한 지휘자와 함께하면서 “음악을 이해하는 레벨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신시내티 뮤직홀은 3600석. 2000여 석의 일반 콘서트홀보다 훨씬 크다. “큰 무대에 적응하다 보니 제 음악 자체도 무한히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시내티 팝스 오케스트라에서 재즈·영화음악까지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3년 만의 국내 독주회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다.
▶최나경 플루트 독주회=4월 3일 오후 5시 호암아트홀. 02-751-9607.
김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