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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샛별] 신시내티 교향악단 첫 한국인 최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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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런 얘기하면 사람들이 좀 ‘재수없다’고 할 텐데….”

플루트 연주자 최나경씨는 한해 평균 150여 회 오케스트라 무대에 선다. 독주회도 20여 회. 이틀에 한 번 연주 경험이 발전의 원동력이다. [크레디아 제공]

플루트 연주자 최나경(27)씨가 국제전화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이다. 최씨의 경력은 ‘생각대로’ 됐다. 2006년 미국 신시내티 오케스트라의 오디션. 미루고 미루다 봤는데 덜컥 붙었다. “친구들은 10번 넘게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봤지만 저는 학교를 먼저 졸업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졸업 때쯤 오디션 공고가 나온 곳이 신시내티였죠.”

4차 오디션까지 치르는 동안 든 생각은 ‘어, 이러다 정말 붙겠는데’였다. 경쟁자 186명을 뚫고 최종 발탁이 됐을 땐 ‘아, 이제 합격의 대가를 치러야 하나’라고 생각했다. 결국 그는 미국 주요 오케스트라에 입단한 첫 한국인 플루티스트가 됐다. 당시 신시내티 오케스트라 안에서는 한 명뿐인 비(非) 미국인, 최연소였다. 현재 부수석이다.

최씨는 ‘합격운’이 좋다. 2002년 마이애미 뉴월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오디션에도 붙었다.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가 1987년 창단한 이 오케스트라는 실력 좋은 음대 졸업생을 뽑아 훈련시킨 뒤 세계의 명문 교향악단으로 내보내는 곳. 많은 학생이 ‘스펙’을 추가하려고 꿈꾸는 무대다. “조기 입학한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한 뒤 ‘심심해서’ 봤는데 붙었죠. 하지만 줄리아드에서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포기했어요.”

클래식계에 ‘엄친딸’이 있다면 이럴까. 최씨가 바이올린 작품을 플루트로 옮겨와 연주하는 방법을 들어봤다. “멘델스존·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편곡해서 연주했어요. 그런데 제가 하는 건 사실 편곡이 아니에요. 그냥 그대로 해요.”

최씨는 바이올린이 하는 것을 똑같이 플루트로 연주할 수 있다. 마음먹은 대로 뭐든 연주할 수 있는 테크닉 덕분이다. 쇼팽·포레·드뷔시 등의 바이올린·첼로 곡을 꾸준히 플루트로 옮기고 있다.

신시내티 오케스트라는 그를 한층 성숙시켰다. 파보 예르비·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등 쟁쟁한 지휘자와 함께하면서 “음악을 이해하는 레벨이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신시내티 뮤직홀은 3600석. 2000여 석의 일반 콘서트홀보다 훨씬 크다. “큰 무대에 적응하다 보니 제 음악 자체도 무한히 커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시내티 팝스 오케스트라에서 재즈·영화음악까지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3년 만의 국내 독주회에서 그 궁금증을 풀어볼 수 있다.

▶최나경 플루트 독주회=4월 3일 오후 5시 호암아트홀. 02-751-9607.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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