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과 총리, 여당의원 충고 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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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사석에서 푸념하듯 나온 게 아니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공개적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조언하는 형식을 빌리기는 했지만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총리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오죽하면 여당의원이 이런 대정부질문을 하는지 지도부는 깊이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부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이념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 발짝 물러났으면 좋겠다"면서 "정치적 사안은 가급적 여야와 국회에 맡기고, 이념문제에 대해선 아예 초연한 자세를 취하는 게 최선"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대통령의 메시지는 무엇보다 온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했다. 신학용 의원은 "조급히 개혁을 추진하기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고 국민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했고, 양승조 의원도 "국민에게 얼마만큼 희망과 만족을 주었는가 생각할 때 답답하고 송구하다"고 했다. 뒤늦게나마 여당 내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된 건 다행스럽다.

지금 정치권에선 증오와 적대감에 가득 찬 말들이 판치고 있다. 최소한의 품격도 없고 상식도 없다. 이 나라를 그렇게 몰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집권세력의 핵심인사들이다. 그러면서도 반성하기는커녕 "우리가 옳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노 대통령은 헌법재판소가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결정을 했다고 "헌정질서의 혼란이 우려된다"며 헌재를 흔들고 있다. 이해찬 총리는 어제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역사가 퇴보한다" "조선.동아일보는 역사의 반역자"라는 유럽 방문 중에 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기를 거부했다. "평소 소회를 말했을 뿐"인데 왜 사과해야 하느냐고 대드는 모양새였다. 이래서는 총리직을 수행할 수 있을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다워야 하고, 총리는 총리다워야 한다'는 여당 의원의 충언을 당사자들은 마음을 열고 겸손하게 받아들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