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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승부처를 가다] 2. 펜실베이니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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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 심상복 특파원

▶ 지난 25일 동반 유세를 펼친 민주당 존 케리 후보(왼쪽)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필라델피아 AP=연합]

필라델피아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최대 도시이자 미국의 첫 수도였다. 다운타운을 향해 달리는 차창 밖으로 눈길을 끄는 게 있었다. 도로변에 서 있던 "부시는 반드시 떠나야 한다(Bush Must Go)"는 작은 구호판이다. 시내 관광코스 중 하나인'러브 파크'는 짙은 구름이 드리운 채 한가로웠다. 지난 25일 이 공원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인파가 10만명 가까이 몰렸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돕기 위해 심장수술 후 첫 지원유세에 나섰기 때문이었다.

"케리요, 케리."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누굴 지지하느냐고 묻자 열에 일곱은 이렇게 답했다. 그러나 시내를 벗어나자 사정은 곧 달라졌다. 중산층 이상의 거주지인 몽고메리나 요크 카운티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이 주류다. 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지낸 70대의 알마 제이콥은 "4년 전에는 민주당에 졌지만 이번엔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선거본부의 40명 부회장 중 한명인 최임자(56)씨도 "미국의 안전을 걱정하는 이 지역 여성 유권자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직을 봐도 양당은 팽팽하다. 연방 상원의원 두명은 공화당이지만 주지사와 필라델피아 시장은 민주당이다. 1972년 이후 여덟번의 대선 전적을 보면 4대 4로 동률이다. 그러나 92년 이후 세번의 대결에선 모두 민주당이 이겼다.

공화당 진영은 이 주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선거기간 중 40차례나 방문했다. 케리는'고작' 21차례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지지층은 기대만큼 늘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는 케리가 부시를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필라델피아시 유권자등록센터 측도 "이달 중순까지 민주당원으로 등록한 사람은 2000년 대선에 비해 3만5000명이 늘었다. 반면 공화당 등록자는 오히려 2만2000여명 줄었다"고 밝혔다. 투표할 사람들이 유권자 등록을 한다고 볼 때 5만7000명의 차이는 적은 것이 아니다. 이런 점에 근거해 뉴욕 타임스는 지난 25일 펜실베이니아는 케리 쪽에 기울었다며 스윙 스테이트(두 후보가 백중세인 주)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 동남부에 위치한 공화당 선거본부 측은 "조사 시점과 기관에 따라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도 많다"며 "섣불리 예단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부시 진영은 펜실베이니아주 중부와 서부를 공략하고 있다. 민주당의 총기 규제나 낙태허용 정책에 비판적인 보수층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공화당은 또 필라델피아시는 아무래도 어렵다고 보고 교외의 중산층을 파고들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보통 시민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필라델피아 제1 민주당 간부 사무실은 "시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흑인 유권자와 교외의 여성표 흡수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종교학으로 유명한 템플대 교수를 지낸 진 우델(72)은 "부시 행정부는 특히 외교분야와 환경정책에서 많은 잘못을 했다"며 자신은 이번에 케리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원 데이비드 브래들리는 "미국을 전쟁으로 내몰아 벌써 100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대통령을 어떻게 더 지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내년 초 이라크에 파병될 군인 딸을 두고 있는 매리 메스머는 "지금은 전쟁 중이고, 부시 대통령은 최고사령관으로서 계속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는 가운데 미디어는 일단 케리 편이다. 부시를 지지하는 신문은 주 서북부 에리호의 작은 도시인 에리시의 에리 타임스 등 몇개에 불과하다. 반면 필라델피아 최대 신문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와 철강도시 피츠버그의 유력지인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를 비롯한 여러 신문이 케리 지지를 선언했다. 필라델피아 북쪽의 앨런타운에서 발행되는 모닝콜은 "4년 전엔 부시를 지지했으나 그가 잘못된 전쟁을 벌여놓고 잘못을 인정하길 거부했다"며 그에게서 등을 돌린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필라델피아(펜실베이니아주)=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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