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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해외매출 비율 40%로 … ‘그레이트 챌린지 2011’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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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의 중동 플랜트 현장. 이 회사는 내년까지 해외 사업 비중을전체 매출의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1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을 때 한화그룹이 ‘그레이트 챌린지(위대한 도전·Great Challenge) 2011’ 전략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비즈니스 청사진이다. 최악의 경영 환경 속에서도 내실을 다지고 성장 전략을 펼치겠다는 포석이다. 한화는 올해를 글로벌 성장엔진을 본격 가동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한화석유화학·한화L&C·한화건설·대한생명 등 그룹 주력 계열사 대부분이 글로벌 사업을 공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은 세계 시장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이 회사는 국내 석유화학 업계 최초로 산유국인 중동지역 진출에 성공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민간 석유화학 회사인 시프켐(Sipchem)과 합작해 9억 달러 규모의 플랜트 투자 계약을 한 것. 이를 통해 2014년부터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와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폴리비닐아세테이트(PVA) 등 석유화학 제품 12만5000t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중국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중국 저장성 동부 닝보(寧波)에 건설하고 있는 30만t 규모의 폴리염화비닐(PVC) 공장은 올해 말 완공된다. 이로써 이 회사의 PVC 생산 능력은 86만t으로 확대된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태국에는 연산 1만5000t 규모의 알칼리수용성수지(ASR) 공장을 지난해 7월부터 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 30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을 주로 만드는 한화L&C도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중국·체코 등 현대·기아자동차가 진출한 곳에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이 회사는 특히 2007년 인수한 미국 아즈델(AZDEL)의 주력 제품인 경량강화열가소성플라스틱(LWRT) 제품 ‘슈퍼라이트(Superlite)’의 생산·판매 거점을 확대할 예정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2013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48%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화건설은 2012년까지 수주 5조5000억원, 매출 4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지난해 해외 사업 수주 1조원을 돌파했다. 사우디아라비아·알제리·요르단 등에서 발전 및 화공 플랜트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결과다. 올해는 미주·동남아시아 등에서 건축과 토목 사업을 새로 벌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내년까지 해외 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의 30%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금융 계열사 역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대한생명은 지난해 4월 국내 생보사 최초로 베트남에서 보험 영업을 시작했다. 영업 개시 9개월 만에 2000여 명의 보험설계사를 확보하고 초회보험료 실적 200만 달러를 돌파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은 보험 수요층인 30세 이하 연령대가 전체 인구의 60%로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베트남에서 대한생명은 ‘위대한 도전’의 역사를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만간 중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 지난해 12월 중국 저장성국제무역그룹과 합작 생명보험사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한 상태. 1~2년 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증권은 중국·카자흐스탄·헝가리를 해외 진출의 3대 축으로 삼고 있다. 이미 중국 최대 증권사인 하이통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다. 중국 공상은행 서울지점과도 손을 잡고 투자은행(IB) 업무 협력 관계에 있다. 국내 최초로 중국 상하이에 투자자문사를 설립해 인수합병(M&A), 중국 기업 한국 증시 상장,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IB 사업을 도모하고 있다. 한화증권은 또 국내 최초로 카자흐스탄 증권 및 자산운용회사인 SRC에 지분 50%를 투자했다. 이후 국내 최초 카자흐스탄 펀드 출시, 부동산 직접 투자 등 중앙아시아 금융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헝가리에서 헝가리은행을 인수해 금융 사업을 시작한 지는 벌써 15년째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헝가리가 국제통화기금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지만 이 은행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로 6년 연속 흑자를 냈다.

이상재 기자

김승연 한화 회장의 공격 경영
“글로벌 영토 확장, 내가 선봉장 될 것”

한화그룹에서 글로벌 경영을 지휘하는 인물은 단연 김승연(58) 회장이다. 2011년까지 그룹 매출 45조원, 해외 매출 비중 40%를 목표로 제시하면서 임직원들에게 ‘글로벌 영토 확장’을 독려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은 2007년 1월 태국 방콕에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재한 이래 그룹의 해외 시장 진출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2011년까지 그룹 매출의 40%를 해외에서 올린다 는 ‘그레이트 챌린지 2011’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한화 제공]

김 회장이 글로벌 경영을 화두로 삼기 시작한 것은 2007년 1월께부터다. 당시 그는 모든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태국으로 불러 글로벌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글로벌 경영에 불을 댕겼다. 한화가 해외에서 그룹 전략회의를 한 것은 이때 처음이었다.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김 회장은 “더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2008년 말 ‘그레이트 챌린지 2011’ 전략을 내세우면서 한화의 글로벌 전략은 더욱 정교해졌다. 올해는 해외 사업을 일정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스스로는 “필요하다면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글로벌 영토 확장의 선봉장이 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임직원들에게는 “해외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불퇴전의 각오로 업무에 임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발걸음도 빨라졌다. 김 회장은 연초 첫 해외 출장지로 스위스를 선택했다. 세계경제포럼이 주최하는 다보스포럼에 장남인 김동관 ㈜한화 차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를 만나 그룹의 베트남 시장 투자 확대 등에 대해 논의했다. 베트남은 한화의 주력 금융 계열사인 대한생명이 국내 생명보험 업계 최초로 본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는 곳이다. 그는 또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 세계적인 태양광 업체 REC의 닥 오페달 회장 등을 만나 새로운 성장 동력과 기술 변화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포럼이 끝난 뒤에는 미국·유럽의 태양광, 2차 전지, 자동차용 특수플라스틱 업체들을 방문했다. 어느 때보다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글로벌 한화’ 만들기에 매진하고 있다.

올해는 ‘그레이트 챌린지 2011’의 중간연도인 만큼 기대도 남다르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한화에 2010년은 대도약과 전진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지난 수년 간 뿌려온 국내외 성장동력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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