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투자신탁상품 불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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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0일 오전 9시25분50초. 국민은행 본점 영업부 변정섭 차장은 4명의 신탁담당 창구직원 뒤에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57, 58, 59, 눌러!"

이 은행의 '부동산투자신탁' 6호 펀드에 가입하려고 예약한 고객 4명의 인적사항을 미리 입력한 채 단말기를 응시하던 여직원들의 손가락이 일제히 전송키를 두드렸다. 5호 펀드까지 모두 판매 개시와 동시에 매진된 점을 감안한 변차장은 지난 9일 오후 본점 전산부의 전자시계와 자신의 컴퓨터에 내장된 시계를 일치시키는 작업까지 마쳤다.

하지만 1분 뒤 숨죽이고 기다리던 직원들의 단말기에는 모두 '매진돼 가입이 거절됐습니다' 는 메시지가 떴다. 이날 국민은행 6백여개 지점에 2천7백여명의 1조원이 넘는 금액이 청약을 위해 대기했지만 87명만 가입에 성공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아파트 개발사업에 투자되는 6호 펀드는 모집 규모가 2백50억원으로 1인당 가입한도는 25억원. 국민은행은 투자기간 1년6개월에 연 9%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부동산투자신탁이란 고객들이 가입한 신탁자금을 부동산 매입 및 개발사업 등에 투자하고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금전신탁이다. 지난해 7월 가장 먼저 판매를 시작한 국민은행은 이날까지 6개 펀드에 1천5백80억원의 수탁실적을 올렸다. 하나.조흥은행도 지난해 한두 차례 같은 상품을 판매해 당일 매진됐다.

신탁상품이므로 운용실적에 따라 배당을 받는데 대부분 시공사와 사전에 치밀하게 자금 흐름을 분석해 예상 수익률(연 8~12%)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국민은행측은 강조했다.

또 일부 펀드에서는 아파트를 우선 분양받을 수 있는 선택권까지 부여해 매매차익을 올릴 수도 있다. 아울러 투자자금을 관리계좌에 넣고 은행이 관리하고 분양이 부진할 경우 시공사가 매입하도록 하는 등 안전성까지 확보해 저금리 상황에서 떠도는 뭉칫돈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 상품을 개발한 국민은행 신탁부 한경수 팀장은 "사업을 같이 하자는 업체의 제의가 매달 30여건씩 몰린다" 며 "서류심사 결과 타당성이 있으면 현장을 답사해 수익성과 안정성이 검증된 신탁상품으로 구성하고 있다" 고 말했다.

韓팀장은 "그동안 대부분 개발사업에 치중했는데 앞으로 임대사업과 부동산유동화 사업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선보이겠다" 고 덧붙였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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