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법정 스님 입적] “자기 글대로 살다가 가신 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범우사 윤형두(75) 대표는 법정 스님을 대중에게 알린 출판인이다. 1976년 법정 스님의 밀리언셀러 『무소유』를 냈다. 독자들의 수요가 폭증하며 『무소유』는 현재 품절된 상황. 윤 대표는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책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기를 당부했던 스님의 유언에 따라 『무소유』를 더 이상 찍지 않기로 했다.

-출판사로선 어려운 결정이다.

“유언을 따라야 했다. 책을 다시 찍으려면 저자 인지를 붙여야 하는데 스님께서 돌아가셨으니…. 상좌 스님들이 향후 다른 결정을 하면 그것에 따르겠다.”

-『무소유』를 내게 된 경위는.

“작고한 수필가 박연구씨가 기획했다. 스님께선 그전부터 글을 발표하셨으나 당시로선 유명하지 않았다. 범우 에세이문고 시리즈 3번으로 출간됐다. 책 제목도 스님께서 직접 지으셨다. 피천득 선생의 『수필』과 함께 70년대 에세이 붐을 일으킨 책이다.”

-얼마나 인기 있었나.

“(70년 개통된) 경부고속도로의 덕을 많이 봤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면서 읽기 좋은 분량으로 편집했다. 강남버스터미널에 서점을 만들 정도였다. ”

-작가로서의 법정 스님은.

“수필은 진실과 사실의 문학이다. 시나 소설처럼 허구가 들어가지 않는다. 스님은 『무소유』를 쓰고 난 이후 무소유의 삶을 살려고 엄청나게 노력하셨다. 자기 글에 대한 책임이 대단하셨다.”

-정보화 사회에서 무소유의 뜻은.

“세상이 달라져도 사람의 심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본다. 13일 다비식에서 많은 사람이 우는 것을 봤다. 글의 힘을 새삼 절감했다. 우리는 물질로만 살 수 없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