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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만·이주호 ‘교육 함선’의 미래는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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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태풍이 불자 대통령이 나섰다. “교육개혁을 직접 챙기고 비리도 척결하겠다”고 했다. 함선의 키를 접수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교과부는 비상이 걸렸다. 비리근절TF팀을 만들고 교장공모제 확대, 교육감 권한 축소 같은 ‘속사포’를 쏘고 있다. 우군이 더 생겼다. ‘세종시 총리’에서 ‘교육 총리’로의 변신에 나선 정운찬 총리다. 대입 3불(본고사·고교등급제·기여입학제 금지) 정책 폐지론이 그 신호탄이 됐다. 정 총리가 “고교등급제는 현실적으로 무너진 제도다. 수준 높은 학생을 뽑으려면 입시는 대학자율에 맡기는 게 좋다”며 3불을 건드린 것이다. 반면 정작 교육개혁의 상징인 이 차관은 ‘유지론’을 밝혔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부터 3불 폐지를 주장해 스타가 됐던 그다. 그런데 “전문가가 신입생을 자유롭게 선발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엄청난 자율”이라며 입학사정관제를 3불 유지의 대안으로 강조한다. 3불이 이슈화하는 걸 싫어하는 눈치다.

대통령과 총리의 ‘교육 사랑’을 두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옥상옥이다” “힘이 될 것이다”는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분명한 것은 신뢰를 얻으려면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교육 비리와 자율고 문제는 제도개선은 물론이고, 관리·감독 책임도 분명히 물어야 할 사안이다. 약대 정원을 20~25명씩 15개 대학에 나눠준 최악의 결정은 노무현 정부가 정치논리로 배정한 로스쿨의 판박이다. 최종 결재는 장·차관이 하지 않았는가. 납득할 만한 해명과 대책이 필요하다.

조급증도 보인다. 안 장관은 10일 “올해부터 EBS 강의 내용(연계율)을 수능에 70% 이상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에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펄쩍 뛰었다. 사전 협의도 없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수험생을 혼란에 빠뜨리고 책 홍보만 해준 셈이다. 이 차관의 사교육비 지출액 감소 자랑도 씁쓸하다. 학원 교습시간 제한과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 등의 정책이 효과를 내 10년 만에 지출액이 줄었다고 했다. 감소폭은 겨우 1% 포인트다. 그나마 경기침체 영향 탓이 크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교육 개혁은 꼭 성공해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섰으니 기대는 더 커진다. 안 장관과 이 차관은 태풍을 뚫고 갈 리더십과 능력을 보여야 한다.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강단 있게 방향을 잡아야 한다. 말만 앞세우면 함선이 엉뚱한 데로 간다.

양영유 정책사회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