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가족나들이 명소] 마산 '시의 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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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남 마산 자유무역지역 맞은 편 산호공원 '시의 거리' 를 걸으면 마산 출신 시인 10명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이원수의 '고향의 봄' , 이은상의 '가고파' , 천상병의 '귀천' , 이일래의 동요 '산토끼' 등 모두 귀에 익은 시들이다. 또 5월의 서정을 노래한 김용호, 갈대의 이미지를 읊은 정진업, 만남과 이별의 일상사를 '간이역' 으로 표현한 박재호 등의 시비도 있다.

마산항이 한눈에 보이는 마산시 산호동 용마산(해발 1백80m.사진)언덕 배기 1.8㎞에 1백~2백m쯤 거리를 두고 서 있는 시비 앞면은 시가 새겨져 있고 뒷면은 시인의 약력 등이 적혀 있다.

봄이 오자 자녀 손 잡고 공원을 오르다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시비를 어루만지며 시를 소리내 읽는 시민이 늘고있다. 정상에 서면 마산항이 한눈에 보인다. 수출입 화물을 싣고 마산항을 오가는 배들이 한 폭의 그림 같다.

이 곳에서 바라 본 마산항을 이은상은 '가고파' 에 녹여 냈다. 이은상은 산호공원 바로 밑 상남동에 살면서 이 공원을 즐겨 찾았다. 이원수.천상병도 이곳을 거닐며 시상을 떠올렸다.

마산시민들은 '시의 거리' 를 만드는데 31년간 정성을 쏟았다. 1968년 9월 이원수의 '고향의 봄' 노래비가 맨 먼저 세워졌다. 가장 늦게 99년 세워진 천상병의 '귀천' 시비는 아직 윤기가 흐른다. '고향의 봄' 등 3개의 시비는 학생.시민 성금으로 세웠으며 90년 '시의 거리 추진위' (위원장 李光碩)가 구성돼 7개를 세웠다.

그래서 시의 거리에는 시를 사랑하는 마산시민의 마음이 배어있다. 마산문화원은 95년부터 해마다 10월 '시의 거리 문화축제' 를 마련, 시화전.백일장.문학의 밤 등을 열고 있다. 마산 자유무역지역 정문 맞은편 마산 용마고(옛 마산상고)뒷길로 오르면 된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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