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 안 한 달걀 못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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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224개. 우리 국민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먹는 달걀 수다. 사흘에 두 개꼴이다. 기초식품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데 달걀의 생산·유통·판매가 얼마나 위생적으로 이뤄지는지에 대해선 관심이 그리 높지 않다. 위생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12일 달걀의 포장판매와 유통기한 표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계란 위생관리 종합대책’을 내놨다. 연간 달걀 5억 개분의 액란(껍질을 깨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놓은 것)이 살균·세균 검사도 없이 빵·과자의 원료로 쓰인다는 본지 보도(2009년 10월 21일자 8면·사진)에 따라 나온 대책이다. 시행 시기는 내년부터다.

가장 큰 변화는 포장판매가 의무화된다는 점이다. 지금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포장 상태로 판매하고 있지만 의무사항은 아니다. 재래시장에서는 여전히 30알이 들어가는 계란판(난좌) 단위로 팔고 있다. 농식품부 최희종 소비안전정책관은 “포장판매를 하면 오염이나 파손을 막을 수 있고 생산·유통업자, 유통기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포장판매되는 달걀은 전체 소비량의 30%다.

달걀 껍질에는 생산일자를 찍고, 포장지 겉면에는 유통기한도 표시해야 한다. 달걀을 상온에서 보관하면 5일 이상 신선도를 유지하기 힘들다. 따라서 보관 온도에 따라 유통기한도 달리 표기하도록 했다. 예컨대 10도 이하 냉장보관 시 35일, 10~20도는 21일, 20~25도는 14일, 25~30도는 7일로 하는 식이다. 30도 이상에서 보관·판매하는 것은 금지된다. 달걀을 낱개로 팔 경우에도 모두 포장을 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영세한 양계장이 많은 점을 고려해 포장은 계란 집하장이나 판매상에 맡기기로 했다. 그래도 포장 비용은 결국 계란 가격에 얹혀질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한 판(30개짜리)을 포장하는 데 60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올 10월부터 달걀 판매업소는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시·군·구에 등록해야 한다. 지금처럼 트럭에 달걀을 싣고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를 돌며 판매할 수 없다.

빵·과자 원료로 쓰이는 액란에 대한 위생기준도 대폭 강화된다. 현재 껍질을 깬 액란에 대해서는 위생기준 자체가 없다. 이 때문에 제과·제빵업체는 열을 가해 살균처리한 액란 대신 이보다 10~15% 싼 비가열 액란을 세균 검사 없이 쓰고 있다.

농식품부는 비가열 액란에 대해서도 ‘살모넬라균이 없어야 한다’는 위생기준을 만들기로 했다. 액란을 대량으로 쓰는 곳에 대한 검사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 껍질을 깬 뒤 24시간 이내(10도 이하 냉장 보관하면 72시간 이내)에 가공해야 한다는 기준도 만들기로 했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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