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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대통령 취임식 간 정상들 “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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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1일(현지시간)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페르난도 루고 파라과이 대통령(안경 쓴 사람)이 지진으로 건물 천장에 달린 조명기구가 흔들리자 놀란 표정으로 올려다보고 있다. 왼쪽은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이다. [발파라이소 로이터=뉴시스]

칠레 신임 대통령 세바스티안 피녜라의 취임식이 열린 11일(현지시간). 수도 산티아고에서 북서쪽으로 190㎞ 떨어진 항구도시 발파라이소에 있는 의회의사당엔 내외빈 2000여 명이 모여들었다. 남미 7개국 정상 등 외국 축하사절도 참석했다. 지정된 좌석에 앉은 귀빈들은 조용히 피녜라 대통령이 입장하길 기다렸다. 순간, 의사당 건물이 심하게 흔들렸다. 지진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대형 조명이 위태롭게 요동쳤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려다봤다. 알바로 우리베 콜롬비아 대통령은 아예 건물 밖으로 몸을 피했다.

다행히 지진은 이내 잠잠해졌다. 장내도 안정을 되찾았다. 웃으며 입장한 피녜라 대통령은 무사히 취임 선서를 마쳤다. 하지만 30여 분간에 걸친 취임식이 끝나자 참석자들은 앞다퉈 출구로 몰려갔다. 이어 인근 고지대로 대피했다. 쓰나미(지진해일) 경보가 발령됐기 때문이다. 무개차에 탑승한 피녜라 대통령은 환영 인파 대신 분주한 피난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어야 했다고 AP·AFP통신 등은 전했다.

지난달 규모 8.8의 강진으로 500여 명이 숨진 칠레에서 11일 또다시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규모를 7.2라고 발표했다가 6.9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달 대지진 이후 발생한 100여 차례의 여진 중 가장 강한 규모였다. 특히 이날 지진은 6시간여 동안 총 10여 차례나 반복됐다. 수도 산티아고와 발파라이소·랑카과·마울렌·비오비오 등의 도시가 영향권에 들었다. 피녜라 대통령은 “랑카과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재난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속도로 붕괴 사고 등이 있었을 뿐 별다른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재난 당국도 일부 섬 지역을 제외하고 칠레 본토에 내렸던 쓰나미 경보를 해제했다.

취임 첫날 호된 ‘신고식’을 치른 피녜라 대통령은 바로 ‘민생 투어’에 나섰다. 내빈들을 위한 취임식 만찬에 잠시 들렀다 헬기를 타고 콘스티투시온으로 날아갔다. 지난달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피녜라는 이곳에서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고 “빈곤층 자녀들에게 1인당 4만 페소(약 9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피녜라는 이번 조치로 420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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