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새 역사 교과서' 말도 안되는 내용 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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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의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새역모)의 교과서 최종본은 자국중심 사관으로 점철됐다. "

정부는 일본 중학교 교과서 최종본 8개 중 '새역모' 의 교과서를 꼬집어 집중적으로 문제점을 제기했다.

'한반도는 흉기' 라는 표현을 삭제하는 등 초안보다 개선된 부분도 "역사수업시간이 줄어든데(주 4시간서 3시간으로) 따른 계산" 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머지 7개 교과서 최종본에 대해선 '예상보다 나아졌다' 는 평가를 내렸다.

◇ 날조와 물타기 중심의 '역사모' 교과서〓정부는 이 교과서 중 22개 항목을 집중 점검한 결과 근세사에 해당하는 13개 대목이 날조됐다고 밝혔다.

조선병합과 관련, '병합 후 일본은 철도.관개시설을 정비하는 등의 개발을 했다' 거나, 동학혁명과 관련해 '조선의 근대화를 돕기 위해 군제개혁을 지원했는데 1894년 농민폭동이 일어났다' 고 서술한 부분 등이 그 예다.

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이는 불법적 침략사실과 식민지 수탈을 은폐하려는 시도이자 식민지 지배가 한국에 도움이 됐다는 억지주장을 펴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 교과서는 러.일전쟁에 대해서도 "일본 승리에 용기를 얻은 아시아 국가에는 내셔널리즘이 일어났다" 고 기술했다. 이는 아시아에서의 일본의 우월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고대사도 날조돼 일본 미화에 동원됐다. '고대 일본의 야마토(大和)조정이 한반도 남부의 임나(任那)에 거점을 뒀다' 며 임나일본부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신라.백제가 일본에 조공을 했다' '고려가 원(元)의 속국이었다' 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이와 함께 인명살상과 관련된 역사엔 가해사실을 줄이거나 아예 숨기는 '물타기' 수법을 썼다.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살육을 당한 것에 대해 일부 교과서는 '수천명이 살해됐다' (大阪書籍.日本書籍.敎育出版) '사망.행방불명자가 14만이나 됐다' (淸水出版)고 했다.

그러나 이 교과서는 '자경단 등이 조선인.중국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고만 했다.

강제징용도 대부분 교과서가 연행자수를 70만, 80만명 등으로 못박았으나 '다수의 조선인이 끌려갔다' 고 모호하게 넘어갔다. 특히 군대위안부 문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일본이 식민지 시절의 가해행위 역사를 숨기려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보수.우익적 사관을 반영하는 것" 이라고 지적했다.

◇ 나머지 교과서〓정부는 이들 교과서의 몇가지 대목은 우리의 관심부분을 제대로 기술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대)조선이 일본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大阪書籍)' '(고대)조선 3국이 선진문화를 일본에 전했다(敎育出版)' '군대 힘으로 조선을 합병했다(日本書籍)' 는 등의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들 대목은 식민지배의 강제성이나 가혹성을 모호하거나 완화시켜 표현하는 문제는 있으나 사관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 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교과서도 식민지배의 가혹함엔 여전히 관심이 없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도쿄 등 4개 교과서가 군대위안부 대목을 삭제한 것이 대표적 예다.

또 강제동화정책도 6개 교과서가 '황민화 정책을 추진했다' 며 간단하게 표현했다.

안성규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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