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채용 부정 … 비리 조리한 ‘조리 고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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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신입생 부정 선발, 국가보조금 횡령, 교사 부정 채용 등…. 백화점식 비리를 저지른 사립 고등학교 교장과 교직원들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가보조금을 횡령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경기도 시흥시에 있는 조리 특성화 고교인 H고 교장 진모(73)씨와 교무부장 이모(45)씨에 대해 11일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교감 정모(54)씨 등 교직원 2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경기도의회 의원 황모(50·여)씨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H고는 올해 신입생 228명을 선발하면서 ‘같은 재단 중학교 출신과 남학생을 우대하라’는 교장 진씨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의 성적을 조작했다. 교감과 교무부장이 주도해, 이미 합격한 학생 15명의 면접 점수표를 찢어서 폐기했다. 대신 이들의 면접점수(30점 만점)를 각각 1∼7점씩 깎은 새로운 점수표를 만들어냈다. 학교 측은 대신 불합격했던 학생 15명의 성적을 상향 조작해 부정 입학시켰다.

경찰 조사 결과 교장 진씨는 학생뿐 아니라 교사 채용에서도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 2월 신입 교사를 채용하면서 ‘기부금을 내면 교사를 시켜주겠다’며 박모(44)씨 등 2명으로부터 각각 5000만원을 받았다. 이처럼 2003년부터 5년 동안 교사 8명으로부터 총 2억3000만원을 받아 챙겼다고 한다.

경찰은 학교 측이 2005년부터 수시로 납품업체에서 리베이트를 받았다고 밝혔다. 식자재 구입비, 시설 보수비 등을 10∼20% 부풀려 지급한 뒤 납품업체로부터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1억2400여만원을 챙겼다. 또 같은 기간에 국가보조금 9000여만원도 빼돌렸다.

진씨는 학생들의 기숙사 운영비까지 횡령했다. 학생들은 매 학기 150만원의 기숙사비를 냈지만, 한 방에 학생 8명씩을 배정하고 저질 식자재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1억여원의 차액을 남긴 것이다.  

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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