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야기] 서로 할퀴는 '손톱살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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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최근 수년동안 맨해튼에서 호황을 누린 업종을 꼽는다면 단연 '네일사롱' 이다.

여성들의 손톱,발톱을 다듬고 치장해 주는 이 업종은 지난 9년동안의 미국 경기 호황과 맞물리면서 대표적인 성공 비즈니스로 자리잡았다.

뉴욕에 둥지를 튼 한인들 중 맨해튼에 진출한 사람들은 대부분 처음엔 청과상.세탁소.델리 등 이른바 '품 많이 파는 업종' 을 택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 업종엔 발을 들여놓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 창업비용도 많이 들었고 텃세도 심했다. 그러다 네일 살롱이 등장했다.

그 결과 한인들도 오전에 문 열고 직장인의 퇴근시간에 맞춰 셔터를 내리는 이른바 '출퇴근이 확실한 자영업' 을 맨해튼에서 영위하게 됐다.

뉴욕시 당국이 추산하는 메트로폴리탄 일대 한인운영 네일 살롱은 줄잡아 4천여 곳. 대부분이 한인 여성인 종업원 수는 2만명에 달한다. 주정부에서 발급한 매니큐어리스트 자격증은 9천4백여건. 이중 절대 다수가 한인이다.

네일 살롱을 이용하는 고객이 지불하는 돈은 한번에 20~50달러. 여기다 손님들이 대부분 팁을 후하게 지불해 종업원 입장에서도, 업주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비즈니스다.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년부인들이 "손톱 다듬는 일은 일종의 마약중독과도 같아 한번 손톱을 치장하기 시작하면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다" 고 말할 정도로 단골이 많다.

문제는 네일 살롱이 잘 된다고 하니까 한인들이 너도나도 이 업종에 뛰어든다는 점이다. 뉴욕 타임스도 "지난 수년간 뉴욕시에 한인 운영 네일업소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한인끼리 제살깎기식의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고 질타했다.

한인끼리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이에 베트남.태국.필리핀인들도 소리소문 없이 틈새시장을 노리고 이 업종에 진출 중이다. 맨해튼에서 한인 특유의 자영업종이라며 어렵사리 뿌리를 내린 네일 살롱. 동족끼리의 과당경쟁으로 자칫 '맨해튼 내에서의 원조(元祖) 네일 살롱은 한국인 것' 이라는 이미지를 퇴색시키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신중돈 뉴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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