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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영자들의 경영 일화 '타고난 보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종신고용의 시대는 종을 쳤고, 사람들은 '언제든 퇴물취급을 받을지 모른다' 며 뒷덜미를 옥죄는 중압감을 느낀다.

또 보통의 월급쟁이들에게 직장이란 '지루하고 지긋지긋한 공간' 이다. 『타고난 보스』는 '그렇고 그런 직장' 의 분위기를 어떻게 하면 확 바꿔 돌파구를 뚫어낼 수 있을까를 모색한다.

신간이 내건 '천지개벽' 의 최고 목표를 정리하자면 이렇다. "어떻게 하면 '직장 부하들이 열광할 수 있는 진정한 보스' 가 되고, '동지와 다름없는 탁월한 직원' 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보스와 동지들이 '바보같은 조직생활' 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만남 속에서 생산성을 왕창 끌어올릴 수 있을까?"

어떠신지. 감동적으로 들리는가?

아니면 '근사하지만 왠지' 싶은 마음부터 드는가?

혹시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당신에게 그런 경직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과 함께 펼쳐보이는 썩 괜찮은 말묶음집이 바로 이 책이다. 다행히 시시콜콜한 교훈집과 달리 미국의 기업 현장과 최고경영자(CEO)들의 경영일화로 채워져 있다.

서술방식은 소설의 얼개를 취한 대화록. 저자는 미국의 경영문화 전문 칼럼니스트다. 그가 유명 CEO에게서 들은 일화를 현자(賢者)스승 맥스와 제자 사이의 밀고 당기는 대화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읽다 보면 '경영서를 떠나 삶 일반을 위한 고급 담론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요체는 이렇다. "어차피 기업활동이란 사람끼리의 일. 사정이 그러니 신바람과 높은 생산성의 강렬한 매력이란 탁월한 보스와 부하 사이의 '진정한 만남' 속에서 가능하다" 는 것이다. "과연 어떻게?" 하고 당신은 물을 것이다. '경쟁적인 임금과 수당의 제공' 또는 '전문적인 환경조성' ?

신간은 그런 식의 상투적인 제안은 등장시키지 않는다.

대신 소규모 경제주간지 회사에서 기자들의 정열적인 기사쓰기를 창발시키기 위해 주1회 시 낭송 모임을 갖는 '피닉스 비즈니스 저널' 의 사례가 등장한다.

또 미주알고주알 규칙을 제시하는 대신 높은 업무표준을 직원들에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대성공을 거둔 메릴린치의 주식중개인 스토리 등은 많은 암시를 던져준다.

명상실에 마사지실까지 갖춰 직원들이 매순간 기쁨에 차서 "나는 멋진 직장이 아니라 멋진 삶을 살고 있다" 고 자부하는 한 타이어판매 체인점의 사례 등까지 말이다.

관공서.일반기업 등 업종.업태를 불문하고 MT용 교재로 써도 훌륭할 듯 싶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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