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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나] 안철수씨가 읽은 '성공하는 기업들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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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38면

내가 그리 뛰어난 재주를 가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일 남보다 먼저 어떤 일을 할 수 있었다면 그것은 일본인 수학자 히로나카 헤이스케가 쓴 『학문의 즐거움』(김영사)이란 책에서 배운 바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대학원 때 그 책을 읽고 내가 살아나갈 비결을 터득했다고 할 수 있다. 히로나카는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드상을 받은 저명한 학자다.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나는 미리 남보다 시간을 두세 곱절 더 투자할 각오를 한다.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두뇌를 지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는 구절을 읽었을 때 나의 갈 길을 한줄기 빛이 인도하는 듯한 감동을 받았다.

한편 나에 대한 과분한 부러움과 칭찬으로 자만해지려는 마음을 다스리고자 할 때는 리처드 파인만이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쓴 자서전 『파인만씨 농담도 정말 잘하시네요!』(도솔)를 떠올린다.

대학 시절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세상에 진정한 천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알게 모르게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이 많다는 생각에 자중하게 된다.

위의 두 책이 내 인생 철학을 만들어 준 기초가 되었다면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김영사, 원제 'Built to Last' )은 나의 경영관을 세우게 한 책이다. 제임스 C 콜린스와 제리 I 포라스가 6년에 걸친 연구.조사 결과를 토대로 쓴 이 책은 장수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어떤 기업은 나타났다가 곧 사라지고 아무리 길어도 30년 정도 생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떤 기업은 오랫동안 성공적으로 살아남는다. 그에 따르면 오래 살아남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핵심 가치(core value)' 를 가지고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인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는 이러한 것이라고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모든 구성원들의 마음속에 내면화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정도가 돼야 진짜 핵심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안철수연구소는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지난 6년간 지켜왔던 핵심 가치와 존재 의미를 찾아내고 회사의 시스템에 그 이념을 적용하고 있다.

많은 세월이 흘러 필자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바뀐다 하더라도 안철수연구소가 이러한 정신을 계속 유지하고 영속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기 위함이다.

안철수(벤처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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