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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를 다지자] 65. 줄어드는 농업용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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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998년 미국 농무부에 파견돼 근무할 때였다. 워싱턴 포스트에 '에번스 농장을 살리자' 는 사설이 실린지 얼마 안돼 내가 살던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주민들이 자동차에 똑같은 내용의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에번스 농장 주인이 10㏊ 규모의 농장을 주거개발용으로 팔려고 하자 신문과 주민이 현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농장을 보전해야 한다며 나선 것이다.

평균 농장규모가 약 2백㏊에 이를 정도로 농지면적이 세계에서 가장 넓은 그 나라에서 작은 농장 하나를 살리려 애쓰는 것이 놀라워 한 미국 친구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그는 "우리는 농지 등 자연을 '엄마 자연(Mother Nature)' 이라 부르며,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 '땅을 경작하고 지키는 가족농은 민주주의의 기초' 라고 한 가르침을 따르려고 노력한다" 고 말했다.

우리나라 농지의 절대면적은 미국의 1백분의1 정도 밖에 안된다. 국민 1인당 농지면적도 4백20㎡ 정도로 캐나다의 1백50분의1에 불과하다. 그토록 좁은 농지가 최근 5년간 매년 2만㏊씩 감소해 왔다. 지난해말 현재 농지면적은 1백89만㏊로 1968년(2백32만㏊)보다 약 19%가 줄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지를 가진 미국이 10㏊도 보전하려 하는데 우리는 개발이익에 너무 급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농지는 가장 기초적인 삶의 터전이다. 한번 파괴하면 복구하기 어려운 국토의 기반이자 우리와 자손에게 식량을 제공해주는 원천이다. 일부 시민단체가 몇년 전부터 '환경과 농지지킴이 운동' 을 벌여왔으나 국민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하다.

유전자 변형식품 등의 유해성이 논란을 빚고 식량안보 문제가 관심사로 떠오르는 요즘 농지보전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

나승렬 <농림부 농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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