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심위 이번엔 ‘이성헌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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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명 (공천심사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을 바꾸자는데 무슨 대수라고 그러냐.”(허태열)

“(친박계 중) 이성헌 의원의 비중이 크지 않으냐.”(공성진)

8일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직후 엘리베이터 앞에서 친박계인 허 최고위원과 친이계인 공 최고위원이 나눈 대화다. 허 최고위원이 “이게 무슨 일인지…”라고 하자 공 최고위원은 “친박에 좌장이 없다는데 좌장 행세를 하려니 힘들지”라고 받아쳤다.

공심위 인선을 둘러싼 친이·친박계 간 갈등이 드러난 대목이다.

이날 비공개 회의 땐 분위기가 더 험악했다고 한다. 정병국 사무총장이 “공심위 구성안을 추인해 달라”고 하자 허 최고위원은 “일방·편파적인 안은 안 된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그러자 친이계 최고위원들이 “표결로 결정하는 게 어떠냐”고 했고, 허 최고위원은 “그러면 친박계 전원이 공심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맞받았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공심위 구성은 10일로 다시 미뤄졌다. 3일과 4일에 이어 세 번째다.

갈등의 요체는 이성헌 의원의 참여 여부다. 친박계는 초선의 구상찬 의원 대신 재선의 이성헌 의원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 의원은 주장이 강한 사람으로 정평 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비서 출신으로 정치판의 생리를 잘 아는 데다 당 사무부총장을 지내 조직 사무에도 밝다. 그런 그가 공심위에 들어가야 수적으로 열세인 친박계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총장은 “선수(選手)와 지역을 감안해 짰는데 어느 한 사람이 되고 안 되고 하는 식이면 다시 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심위 전체 구상이 헝클어져 문제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친이계에선 “이 의원에 대한 비토 기류 때문”이란 말도 나온다. 지난해 사무1부총장 시절 이 의원이 재·보선 공심위원으로서 친이계와 자주 충돌했다는 점을 든다. 한 당직자는 “이성헌 의원 문제가 돌출한 건 결국 박 전 대표와 청와대의 의중이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정애·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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