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송수권 '나의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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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어느 날 소년의 손이

물 위에 놓아준 조약돌 하나

반짝 흰 이를 드러내고

한 순간을 돌아보며 웃는 눈웃음

나의 삶도 그렇게 가는 것일까

온 몸 떨어 경련 일으키며

동그란 어깨로 수면 가득히

그려내는 꽃 한송이

- 송수권(1940~) '나의 삶'

일상에의 탐닉에서 벗어나 한번 쯤 자신을 정관해 본 자라면 삶이란 덧없다는 사실을 느낄 것이다. 어떤 이는 인생을 나그네 길이라 하고, 어떤 이는 바다에 이는 물거품이라고 한다. 우리의 천상병 시인은 즐거운 하루의 소풍놀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이에 대해 송수권 시인은 물에 놓아준 조약돌 하나가 햇빛에 반짝, 개울 물속에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그 흘러가는 물이란 물론 무량겁의 시간일 것이다. 세속적 욕망에 너무 집착하지 말 일이다. 존재가 한 순간 물 속에 가라앉는 조약돌이라면 그 물이 흙탕물이어서야 되겠는가.

오세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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