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정의 어린이 진료실] 다리 아프면 성장통? 열 심하면 골수염일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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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뛰어놀던 아이가 갑자기 팔·다리가 아프다고 칭얼대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성장통이겠거니 생각하며 내버려 두기도 하지만 전문의의 진찰이 필요하다.

먼저 몸에 열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통증이 발열에 의한 전신 증상의 일부인지, 해당 부위에만 염증이 심해서 아픈 건지를 구별해야 한다. 어린이도 관절염이나 근육염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럴 땐 몸살처럼 아프기도 한다. 특히 골수염에 걸리면 고열과 심한 통증으로 몹시 괴로워한다. 골수염은 응급수술을 요하는 심각한 질환이다.

만 2~3세의 어린이가 감기 증세가 있으면서 갑자기 일어서지 못하고,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일과성 고관절 활막염인 경우가 많다. 이 질환은 대체로 2~3일 지나면 좋아지는 게 특징이다.

열이 없이 갑자기 아프다고 보채면 외상이 있는지 살펴보자. 아픈 부위를 관찰해 다쳤는지, 삐거나 골절이 있는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아이가 적정 체중을 넘어선 비만아라면 몸무게에 의한 관절 통증과 근육통일 수 있다.

만 4~6세의 어린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다리 통증을 호소하면 성장통일 가능성이 크다. 성장통은 이 연령대 아이의 30~40%에서 나타난다. 통증은 낮에 많이 뛰어논 날 더 심하고, 통증 부위는 무릎 또는 종아리에 국한된다. 성장통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하지만 신체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에 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근육이나 골격의 피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거의 대부분 통증이 없어진다. 그러나 시간이 지났는데도 호전되지 않으면 의사의 처방을 받아 진통제를 복용시키기도 한다.

문제는 드물지만 단순 성장통이 아니고 다른 중증 질환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이가 한쪽 다리만 아프다고 할 경우 ▶고열이 동반되거나 ▶아픈 부위가 붓거나 피부색이 변했을 때 ▶자고 일어나도 통증이 계속될 때는 서둘러 병원을 찾아야 한다.

권희정 권소아청소년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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