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예술계에 '화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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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류(華流)가 달려온다."중국 30~40대 젊은 문화인들이 미국 예술계에 중국 색채 가득한 작품들을 선보이며 중화 문화의 전령으로 맹활약 중이다.사진은 경극풍 가극 ‘마오부인’의 한 장면.

미국에서 화교 문화가 뜨고 있다. 중화권인 중국.대만.홍콩 출신의 30~40대 예술인이 미국으로 건너가 음악.미술.연극.패션 등 각 분야에서 중국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들을 잇따라 선보이기 때문이다.

홍콩의 시사 주간지 아주주간(亞州週刊)은 최신호(10월 31일자)에서 "중화권 출신들이 미 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미국의 백인 주류 사회에 차이나 문화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대표 격으론 우선 홍콩 출신의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탐(중국 이름 譚燕玉), 영화감독 우위썬(吳宇森), 대만의 영화감독 리안(李安)이 손꼽힌다. 비비안 탐은 광저우(廣州)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교육받고 영국을 거쳐 미 뉴욕으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중국의 전통 의상과 서구 감각을 잘 조화시킨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계에선 바이올린 연주자 랑랑(郞郞), 첼로 연주자 왕젠(王健), 뉴욕 필하모니 교향악단 역사상 100년 만에 여성 보조 지휘자가 된 장셴(張弦)이 있다. 작곡가로는 중화권에서 이미 명성을 얻은 탄메이(譚眉)와 미국 무대에 중국의 근대사와 관련한 오페라를 올린 성쭝량(盛宗亮)이 손꼽힌다. 성은 최근 미국 무대에 '마오(毛)부인(毛澤東의 부인 江靑)', '은하(銀河)'등의 작품을 올려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들은 미국에 사는 기존 화교들과 확연히 구별되고 있다. 미국에서 어렵사리 자수성가한 '화교 1세대'가 차이나 타운을 떠나지 못하고, '화교 2세대'가 미국 문화에 빨려들어가 자신의 색깔을 잃어버린 것과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화교 1.5세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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