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것이 궁금해요] 북한 사진에 대해 알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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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Q) 10년째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절경이나 주민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있는데 북한의 사진에 관한 전반적인 실정을 알고 싶습니다. 최민식(41.서울 노원구 하계1동)

(A) 북한에서 사진사는 '인기 최고' 입니다. 카메라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아 결혼식.회갑.졸업식 등 행사 때마다 기념촬영을 사진사에게 의존하기 때문이죠.

카메라는 북한에서 4백원(노동자 월급 1백원)쯤 하는 고가 수입품이기 때문에 당정(黨政)고위층이나 장사꾼 등 일부만 갖고 있습니다.

사진사의 인기는 최신 가요에서도 확인됩니다. 당기관지 인 노동신문 1월 7일자는 '우리 중대에 사진사 왔네' (작사 최준경.작곡 엄하진)라는 노래를 실었어요. '중대에 사진사가 찾아 온 날은 즐거운 명절처럼 흥성인다네' 등 병사들의 심정을 담은 노래지요.

사진관은 ▶국영▶인민반.공장.기업소▶개인 등으로 나눠집니다. 국영 사진관은 평양시의 경우 대동강 등 19개 구역마다 설치돼 있지만, 지방 도시는 기업소.군대 규모에 따라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납니다.

국영은 정부에서 비정기적으로 흑백 필름을 공급받아 주로 증명사진을 촬영합니다. 그러나 절반쯤이 필름.인화지의 공급 부족으로 영업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죠.

개인 사진관은 다릅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당국의 허가를 받은 사진사들이 수입 일부를 세금으로 내며 성업 중이랍니다.

이들은 공식 행사장이나 졸업식장 등을 귀신같이 찾아가죠. 평양에서 사진사들에게는 비밀이 없다는 말까지 돌 정도입니다. 개인 사진사들은 특히 군 입대를 위해 입영자들이 집결하는 여관 주변에서 좋은 돈벌이를 할 수 있답니다.

5×6㎝ 규격의 흑백 사진 한 장이 5원(공식환율상 1원〓우리돈 6백원)이고 사진사들은 하루에 보통 1백장 찍습니다. 노동자 월급에 비하면 횡재하는 셈이죠. 주민들은 사진사들이 '곡괭이로 돈을 긁어 모은다' 며 부러워한답니다. 사진사들은 신속히 움직이기 위해 러시아산 오토바이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에서 사진관은 남한과 달리 컬러와 흑백사진을 취급하는 곳이 분리돼 있습니다. 흑백은 국내에서 현상하지만 컬러는 중국에 출장가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상.인화비로 외화를 내야 하는데 중국에서 하는 편이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36장 필름 한통에 5, 6달러(1달러〓2. 14원)면 되지만 북한에선 10달러가 넘습니다.

이처럼 현상.인화비가 비싸기 때문에 카메라를 지닌 주민들 일부는 아예 집안에 암실을 만들어 직접 현상하기도 합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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