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이산상봉] 납북 승무원 정경숙씨 모친 안타까운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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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26일 평양에서 극적으로 모친을 상봉한 전 대한항공 승무원 성경희(成敬姬.55)씨의 소식에 당시 KAL기 납북자 가족들은 더 애타는 심경이 됐다.

그중 같은 승무원이던 정경숙(鄭敬淑.56)씨의 어머니 김금자(金錦子)씨가 한을 안고 두달 전 사망(당시 91세)한 사실이 27일 확인돼 주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鄭씨가 북한에서 잘 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오빠 현수(賢洙.71.경기도 고양시)씨는 이날 "지난해 12월 5일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경숙이가 보고 싶다' 는 말만 거듭하다 돌아가셨다" 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 어머니가 조금만 더 살아계셨으면 기쁜 소식을 들었을 것" 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수씨는 "우리 형제들도 빨리 막내인 경숙이를 만나보고 싶다" 고 말했다.

경숙씨는 1968년 연세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하고 대한항공에 입사했었다. 成씨와 함께 69년 12월 11일 강릉발 서울행 KAL YS-11기를 탔다가 비행기가 고정간첩에 납치되면서 북으로 갔다.

70년 2월 14일 납치된 사람들 중 39명이 북에서 돌아왔지만 경숙씨 등 11명은 오지 못했다.

이후 평양방송은 "성경희와 함께 보람된 새 생활이 기약된 북반부에 남겠다" 는 경숙씨의 육성을 내보내기도 했다.

현수씨는 "해방 당시 우리 식구들은 아버지가 소련군에 잡혀가는 바람에 여섯 남매 중 네 명만 어머니를 따라 월남했다" 며 "이후 경숙이가 다시 북한으로 끌려가 어머니는 평생을 눈물로 보내셨다" 고 말했다.

평양에서 모친을 만난 成씨는 27일 "동료 여승무원 정경숙은 우리 집 가까이 살면서 자매처럼 지내고 있다" 고 말한 것으로 현지의 공동취재단이 알려왔다. 鄭씨는 김책공대 교수와 결혼해 1남2녀를 뒀다.

成씨는 또 "기장이었던 유병하(柳炳夏.69)씨와 부기장 최석만씨는 현재 북한 공군에서 근무 중" 이라고 밝혔다.

부기장 崔씨는 북한에서 결혼해 부인과 1남1녀의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북한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억류된 승객 일곱명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돌아오지 못한 승객 장기영(75)씨의 아내 이순남(67.경기도 의정부시 호원동)씨는 "지금까지 수차례 상봉 신청을 했지만 무산됐다" 며 "생사 여부도 알 수 없으니 막막하다" 고 하소연했다.

정현목.이경희 기자,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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