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미 국무장관 "이라크 제재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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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3일간의 중동 순방을 마친 26일(현지시간)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완화할 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 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6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폭격한 바 있어 파월의 이같은 발언은 충격적이다.

파월 장관은 "순방 중에 만난 이집트.요르단.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 등의 지도자들에게 이라크 제재조치 완화방안을 제시했으며 이들도 동의했다" 고 말했다.

그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관련해 "중동국가 지도자들로부터 '과도한 제재는 후세인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이라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다" 고 말했다.

파월 장관을 수행 중인 국무부 관리는 "상품의 수출입에 대한 제재를 대폭 줄이거나 완전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아랍 정상회의가 예정된 다음달 27일 이전에 진전이 있길 바란다" 고 말했다. 그는 "양수기.냉장고 등과 같이 군사적 이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들도 제재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는 딕 체니 부통령.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 강경파들은 이라크 반정부단체를 무장시켜 후세인을 축출하자는 구상을 하고 있지만 파월 장관은 이 방안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 유화책을 제시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뉴욕 타임스는 파월의 이번 제안을 부시 대통령이 수용할지 여부가 향후 국무부의 영향력을 예측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하드 알사하프 이라크 외무장관은 26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무기사찰에는 응할 수 없지만 부분적인 현장검증은 허용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이라크도 간절히 제재완화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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