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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황제는 단 하나 … ‘절친’이 적이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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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인터넷 거인 구글이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와 각국 정부의 전방위 견제를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국제 IT 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2일(현지시간) 구글폰 제조사에 대한 법적 소송을 발표한 건 구글을 둘러싼 IT대전의 신호탄이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 등 ‘IT 거인’들이 모바일 인터넷 시장을 구글에 뺏기지 않으려고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창업 초기부터 친구처럼 절친한 사이였던 구글과 애플은 냉엄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적으로 돌아서게 됐다.


◆‘공공의 적’처럼 된 구글=애플이 소송을 낸 대만 휴대전화 제조사 HTC는 올 1월 구글과 첫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을 발표했다. 애플이 이번에 제소한 12개 휴대전화기 가운데 5개가 구글폰이었다. 나머지 7개는 MS의 윈도모바일 운영체제(OS)가 탑재된 단말기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삼성전자·모토로라가 아닌 HTC를 소송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카우프만 브로스의 애널리스 쇼 우는 이를 “구글에 대한 간접 소송”이라고 해석했다. 특허변호사이자 IBM의 전 지적재산전략 부사장인 케빈 리베트는 “애플이 안드로이드 쓰나미를 막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애플 아이폰의 비중은 14.4%. 구글 안드로이드폰은 3.9%(2009년 기준)다. 하지만 많은 통신회사와 단말기 제조업체가 안드로이드폰을 속속 출시하고 있어 올해 점유율은 10%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에 대한 공격은 애플만이 아니다. 세계 IT 기업은 물론 각국 정부까지 구글을 ‘공공의 적’으로 지목했다. 애플이 1월 검색 서비스를 구글에서 MS로 바꾸기로 했고, MS와 야후가 지난해 12월 구글에 대항해 검색사업 제휴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구글 검색엔진 반독점 예비조사를 시작했 다.

◆구글·애플 ‘형제의 난’=구글과 애플은 미국 벤처투자회사 세쿼이아캐피털이 키운 회사들이다. 에릭 슈밋 구글 CEO가 지난해 8월까지 애플의 사외이사를 맡았을 정도다. 두 회사의 틈이 벌어진 것은 2007년 6월 애플이 스마트폰 ‘아이폰’을, 그해 11월 구글이 모바일 OS 안드로이드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지난해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구글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자 슈밋 구글 회장이 애플 이사회에서 사퇴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결국 올 들어 잡스 애플 CEO가 구글의 모토인 ‘Don’t be Evil(착하게 살자)’을 ‘헛소리’라고 비난한 데 이어 이번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됐다.

다툼의 중심은 모바일 인터넷이다. 그동안 모바일 인터넷 시장에서 단말기(스마트폰)와 소프트웨어(앱스토어)를 이끌던 애플로서는 구글이 눈엣가시다. 아이폰에서만 쓸 수 있는 아이폰 OS와 달리 안드로이드는 어떤 단말기에서도 적용 가능한 개방형이다. 아이폰 열풍에 긴장하던 세계 단말기 업계가 안드로이드의 등장을 환영한 이유다.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 등 단말기 제조회사와 이동통신 업체 34곳이 안드로이드를 지원하는 연합을 만들 정도다.  

박혜민·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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