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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환·손헌수 콤비 허무개그로 인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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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아이디어라고 내놓은 게 하도 허탈해서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허무 개그' 라고 이름붙였죠. 허무해 미쳐버릴 것 같았는데 떴어요. 아! 허무해. "

지난해 12월 MBC '코미디 하우스' (토요일 오후 4시)에서 처음 선보인 허무 개그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인 개그맨 이진환(21).손헌수(20)콤비. 사실 이들이 누군지보다 더 궁금한 건 허무 개그가 무엇인가다.

우선 하나를 보자.

이 : (지나가며 큰 목소리로)심봤다.

손 : (멀뚱히 선 채 표정변화 없이)도라지야.

이 : 어, 그래.

다음은 광고를 패러디한 허무 개그.

이 : 국물이 끝내줘요.

손 : 구정물이야.

이 : 어, 그래.

안 웃기면 '허무' 고 웃기면 '개그' 로 봐주면 되겠지만, 여기에는 세대간 웃음 코드가 완전히 달라진 상황이 녹아 있다. 콕 찍으면 바로 뜨는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은 허무개그에 열광하고, 30대 이상은 "도대체 뭐가 웃겨" 라는 반응을 보인다.

"아마 우리 개그는 서른살만 넘어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옛날 콩트는 한 번 웃기기 위해 2분 이상 웃기는 상황을 만들잖아요. 우리는 딱 세 마디로 끝내는 거죠. "

그래서 4초 정도인 첫 마디로 상황 설정을 하자마자 두번째 1초짜리 대사로 반전을 시도한다. '어, 그래' 는 허무개그의 후렴구다.

실제로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도 2분 남짓이다. 짧은 시간에 10개의 개그를 하며 사람들을 웃겨야 한다. 2분을 위해 이들은 5일 동안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한다.

인기를 끌다 보니 이제 팬들이 H.O.T.god 등 인기가수를 소재로 한 허무개그와 각종 광고를 패러디한 허무개그를 인터넷에 올릴 정도다. 예를 들어 "내가 니거야?" "응" "어, 그래" 이런 식이다.

이진환과 손헌수에게 광고 제의도 들어오고 있다. 현재까지 제안을 받은 것은 빙과류 광고 두 개와 모기향 광고 하나. 하지만 두 사람은 "프로그램에서는 아주 무표정한데 아이스크림 들고 '방방' 뜨면 신비감이 사라지잖아요. 그리고 모기향은 왜 들어왔는지 모르겠어요" 라며 아직 광고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른바 신비주의 전략을 써야겠다는 것.

둘이 콤비가 된 것도 아주 우연이다. 이들 말대로 "허무하게도" 콤비가 됐다. 손헌수의 설명은 이렇다. "지난해 개그맨 캠프에 갔는데 진환이 형이 사라졌어요. 제가 형을 찾으러 간 사이 다른 사람들이 다 팀을 짜서 개그 준비를 한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팀이 됐죠. "

이들은 지난해 6월 열린 MBC 신인 개그맨 선발대회를 통해 개그맨의 길로 들어섰다. 허무개그 이전에는 '코미디닷컴' 등 MBC의 오락 프로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우상균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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