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과 더불어] 종이접기로 무지갯빛 재활 부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장애인들이 종이접기 하는 것을 보면 마치 천사들을 보는 것 같아요”

달동네 정신장애인들을 상대로 종이접기 강의를 무료로 하고 있는 유광상(劉光相 ·45 ·여 ·서울 관악구 신림12동)씨.

정신장애인들을 돕기위해 1999년 9월 이 일을 자원한 劉씨는 매주 금요일 오전 11시에 서울 관악구 보건소 정신재활실을 찾는다. 관악구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정신장애인들이 이곳에서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종이접기협회 관악지회를 맡고 있는 그녀는 한번에 2시간 동안 20여명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친다.

“종이접기는 정신장애인들에게 정서적 안정과 집중력 향상·성취감 부여 등 치료효과가 있다”는게 劉씨의 설명이다.

제자들은 정신분열증·우울증 등을 앓고 있는 저소득층 주민들로 연령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하다.

“장애인들이 환청·환각에 시달리는 것을 볼때는 두렵기도 했지만 정신을 집중해 꽃이나 모빌 등을 만드는 모습은 보는 사람의 마음도 편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송년 작품발표회를 위해 ‘솔잎 상징화’라는 공동작품을 완성했을 때는 성취감에 젖어 장애인들과 스승이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劉씨는 지난해 10월부터는 종이접기 외에 구슬로 목걸이·팔찌등을 만드는 구슬공예도 가르치고 있다.‘땀을 흘려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본인 부담으로 매월 10여만원을 공금으로 내놓는다.

지난해말 회원 朴모(45 ·건설현장 인부)씨의 70대 노모가 초콜릿과 사탕을 들도 찾아와 ‘선생님 덕분에 아들의 증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감사의 인사를 할때 눈물이 핑 돌았다고 한다.

90년 취미로 종이접기를 시작한 劉씨는 “남편이 물질적,정신적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있다”며 “종이접기 외에도 장애인들을 위한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는 이들이 만든 작품들을 자선 바자회를 통해 팔아 수익금은 불우노인 돕기,미아 찾아주기 운동 등에 쓰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관악구 보건소 진미애(陳美愛 ·37)간호사는 “劉선생님이 다양한 아이디어로 강좌를 재미있게 진행해 정신장애인들이 ‘수업을 더 오래 해달라’고 조르는 일도 있다”고 소개했다.

정현목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