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클린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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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빌 클린턴(사진)전 미국 대통령이 2006년 초 임기가 끝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차기 자리를 희망하고 있다고 UPI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이 통신은 "클린턴이 지난 6월 자서전 '나의 인생'을 펴낸 뒤 유엔에서 일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측근들은 "클린턴이 8년간 미국 대통령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국제무대에서 쌓은 정치력과 협상력을 감안할 때 유엔 총장으로 어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클린턴이 유엔을 이끌면 미국 정부와의 원활한 교감으로 추진력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클린턴이 된다면 유엔 사상 첫 미국인 사무총장이 된다.

그러나 넘어야할 산이 많다. 지금까지 유엔 사무총장은 제3세계 국가에서 맡아 왔다. 아난 총장은 아프리카의 가나 태생이다. 부트로스 부트로스갈리 전임 총장은 이집트 출신이었다. 유엔 총장 선출에는 대륙 안배도 고려된다. 차기 총장은 아시아 차례라는 말이 나온다.이런 관행은 개발도상국을 배려했다기보다 유엔 내 '힘의 균형'을 위해서였다. 유엔에선 안전보장이사회가 총회보다 힘이 세다. 안보리는 거부권을 가진 5개의 상임이사국(미.영.프.중.러)에 의해 움직인다. 이런 역학구조 때문에 이들 5개국 출신은 사무총장에서 제외돼 왔다.

그런데 클린턴이 사무총장이 되면 유일 초강국인 미국의 힘이 더욱 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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