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쥐불/쥐불놀이/쥐불놓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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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정월 대보름의 세시(歲時) 풍속에 ‘쥐불놓이’가 있는데, 쥐를 쫓고 잡충을 태워 없애기 위해 논두렁이나 밭두렁의 마른 풀에 불을 놓아 태우는 것이다. 현대의 ‘쥐불놀이’는 쥐불을 놓고 나서 남은 불씨 등을 바람구멍이 숭숭 나 있는 깡통에 담아 가지고 논 데에서 생겨난 듯싶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쥐불놓이’와 ‘쥐불놀이’를 동의어로 보고 있다.

이 사전 ‘쥐불1’의 뜻풀이② ‘음력 정월 대보름날에 행하는 민속놀이의 하나’는 ‘쥐불놀이’ 항목으로 옮기는 게 좋을 듯하다. 그대로 두면 ‘쥐불’과 ‘쥐불놀이’가 같은 뜻이란 얘기가 되고, 나아가 ‘쥐불놓이’까지 세 단어가 동일한 말이 되고 만다. 이는 ‘쥐불’의 뜻을 너무 확대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쥐불을 하다’는 어색하다. ‘쥐불을 놓다’는 자연스럽다. ‘쥐불놀이를 하다’ ‘쥐불놓이를 하다’는 괜찮다. 엄밀히 말하면 ‘쥐불놓이’와 ‘쥐불놀이’도 단어 형성사 면에서 다른 말로 보는 게 옳을 듯하다.

‘쥐불’과 ‘쥐불을 놓는 일’, 쥐불을 놓은 뒤 남은 불씨 등을 가지고 ‘불깡통’을 만들어 돌리면서 노는 일은 구분해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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