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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신지역주의] 4. 프랑스 알자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역의 스트라스부르. 중심지인 클레베르 광장 주변의 건물들에는 "3~5개 국어 하는 직원 구함" 이라는 구인 게시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다.

거리 주차장에는 독일.벨기에.네덜란드.스위스 등 인접국에서 온 자동차가 즐비하고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시청에서 배부하는 이주민을 위한 안내서엔 "하느님 감사합니다.

남편이 알자스로 발령났어요" 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독일과의 잦은 전쟁 때문에 1871년부터 1945년까지 다섯번이나 프랑스와 독일로 소속이 왔다갔다하면서 한때 프랑스에서 가장 이질적이고 못사는 지방이었던 알자스. 이 알자스가 요즘 프랑스에서 가장 국제화되고 부흥하는 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알자스는 프랑스 땅이지만 독일령과 프랑스령을 왔다갔다 한 관계로 주민의 상당수가 집에서 '독일어 사투리' 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중앙집권 전통이 강한 프랑스에서 알자스 출신들은 따돌림당하거나 경원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중언어 사용이 요즘엔 역으로 알자스 부흥의 원동력이자 강점이 됐다.

지역정부도 91년부터 중앙정부와의 오랜 협상 끝에 각급 학교에서 외국어가 아닌 지역어로서 독일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앙투안 모스테 전 알자스 저축금고 회장은 "알자스는 프랑스의 다른 어떤 지역과의 교류보다 이웃 독일과 더 밀접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지역의 이점인 이중언어 교육을 중앙에 강력히 요청해 왔다" 고 말한다.

알자스주 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이 유치한 투자의 절반 이상이 독일과 스위스에서 온 것이다.

수출도 40% 이상이 독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알자스에 살면서 독일과 스위스로 출근하는 사람도 6만5천여명에 이른다.

지역 신문인 누벨 알자시앙의 알퐁스 이류드 전 편집국장은 "국가라는 테두리를 넘어 이웃 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바람에 알자스는 유럽연합(EU) 1백71개 지역 중 열셋째로 부유한 지역이 됐다" 고 말했다.

이류드는 "역사적 경험과 국제교류를 통한 경제발전으로 이 지역엔 분리주의 운동이 발도 붙이지 못하고 있다" 고 강조했다.

독일 카를스루헤 프랑스문화원의 로베르 벵테르 원장은 "궁극적으로 유럽이 하나가 되면 서유럽의 한복판이라는 지리적 이점으로 인해 스트라스부르는 유럽의 수도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로 보면 알자스는 동쪽 변방이지만 눈을 넓혀 서유럽의 입장에서 보면 중심지역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스트라스부르 중심지엔 유럽의회와 독일.프랑스.스페인.벨기에.룩셈부르크 5개국에서 파견된 5만명 병력을 지휘하는 유럽방위군 본부가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다 유럽과학재단.유럽지방의회.유럽시청각연구소는 물론 유럽 전지역에 송출되는 예술.문화 TV채널인 아르테 방송 본사도 있다.

또 유럽 대륙의 40개국이 참여해 만든 유럽평의회와 그 사법기구인 유럽인권위원회.인권재판소도 스트라스부르에 있으며 상주공관만도 71개나 된다.

글로벌화의 가속화는 이제 국가중심주의를 지역중심주의로 바꾸고 있으며 지역을 세계 속의 한 단위로 보도록 만들고 있다.

알자스의 경우처럼 인접 지방간의 국가를 초월한 협력관계는 EU와 유럽평의회의 장려사항이기도 하다.

알자스 지방의회 아드리앙 젤러 의장은 "알자스는 프랑스나 독일이 아닌 유럽을 향하고 있다.

유럽 통합을 앞두고 유럽 각 지역이 갈 길을 제시하는 선도적 지방이 되는 것이 알자스의 목표" 라고 말했다.

뮌헨〓유재식 특파원, 스트라스부르.브레타뉴〓이훈범 특파원, 바르셀로나.빌바오〓예영준 기자, 로마.밀라노〓조강수 기자, 에든버러.브뤼셀〓이상언 기자,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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