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범죄의 재구성'… 81차례 2억 털다 잡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화폐 위조 기술자.범죄 기획자 등 범죄 전문가들이 힘을 합쳐 한국은행 금고를 턴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영화 '범죄의 재구성'에 나오는 내용이다. 현실에서 영화와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카드복제와 장물처리 전문인 장모(39)씨, 컴퓨터 범죄 전문 정모(30)씨, 병원털이 전문인 문모(29)씨와 빈집털이 전문인 김모(25)씨가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안양교도소에 함께 수감돼 있던 이들은 "각자의 전공을 살려 출소 후 한탕하자"며 의기투합했다.

지난 1월 먼저 출소한 장씨.김씨는 장씨의 집에 머물며 정씨와 문씨가 출소하기를 기다렸다. 네 사람 모두 자유의 몸이 되자 지난 3월 행동을 개시했다. 성북구.동대문구의 가정집이나 사무실, 개인병원을 주로 노렸다.

7월에는 빈집털이 전문인 김씨가 문을 따고, 컴퓨터 전문인 정씨가 사무실 안에 있던 은행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아내 인터넷 뱅킹을 통해 2000만원을 자신들의 통장으로 이체시키기도 했다. 장물처리 전문인 장씨는 훔친 자동차와 귀금속을 처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은 '합동작전'에 나서지만 때로는 개인 플레이도 했다. 그러나 인터넷 뱅킹으로 입금된 2000만원의 경로를 추적한 경찰에 덜미가 잡히면서 이들의 범행은 7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81차례에 걸쳐 2억여원의 금품을 훔친 혐의(특가법상 절도 등)로 장씨 등 4명을 구속했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