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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피언스, 리스본서 '언플러그드 공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스콜피온스! 스콜피온스! 스콜피온스!"

지난 9일 밤 9시30분(이하 현지 시각)포르투갈 수도 리스본 교외 콘벤토 도 비에토 수녀원에 마련된 특설 무대.

'전갈 군단' 스콜피온스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1천여명의 관객들이 일제히 팔을 힘차게 내뻗으며 이름을 연호했다.

올해 데뷔 30년을 맞은 이 전설적인 독일 록그룹의 언플러그드 공연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모인 대중음악 관계자들과 열성팬으로 가득찬 공연장은 겨울밤의 한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열기로 가득했다.

스콜피온스는 언제나처럼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관객들에게 인사한 뒤 '러빙 유 선데이 모닝' 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첼로.피아노등의 협연으로 약 3시간 진행된 공연은 끝까지 정겨움과 유쾌함을 잃지 않았다.

특히 최고 히트곡 '스틸 러빙 유' 와 그룹 퀸의 노래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를 새롭게 편곡해 부른 앵콜 무대 때는 명곡의 재탄생에 놀라워 하며 공연 종료를 아쉬워하는 관객들의 박수로 공연장이 떠내려갈 듯 했다.

스콜피온스는 지난 8일부터 3일간 매일밤 1회 리스본 특설 무대에서 언플러그드 공연을 벌였다.

이 공연 실황을 담은 앨범 '어 콰이어트 스톰' 은 CD와 DVD로 오는 4월초 선보인다.

공연을 앞둔 8일 오후 인터뷰에서 스콜피온스는 "리스본을 공연 장소로 택한 것은 '스틸 러빙 유' 가 지난 83년 포르투갈에서 20주 연속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는등 유럽에서도 특히 포르투갈 국민들의 사랑이 각별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평화음악회 무대에 서는 등 1991년 이후 여섯 차례나 한국을 방문했을 만큼 한국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콜피온스는 "통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노력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며 한국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

99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 광장에서 열린 통독 10주년 기념공연에서 세계 각국에서 모인 1백60여명의 첼리스트와 '윈드 오브 체인지' 를 연주했던 그들은 어쩌면 머지않은 장래에 한반도에서 또한번 비슷한 영광의 무대를 갖기를 소망하는 듯 했다.

◇ 언플러그드(unplugged)공연〓전자 기타 대신 어쿠스틱 기타를, 전자 키보드 대신 피아노를 쓰는 등 기계적 요소를 배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악기 소리를 반주로 사용하는 공연. 90년대초 미국의 뮤직비디오 전문채널 MTV가 주요 뮤지션들의 공연을 언플러그드로 기획해 방송한 이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티어스 인 헤븐' 등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노장 블루스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의 92년 공연과 실황 녹음음반이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에릭 클랩튼은 이 공연에서 생애 최고의 연주를 들려줬다는 평을 얻었으며, 이후 노장들은 물론 젊은 스타들도 잇따라 언플러그드 무대를 가졌다.

리스본〓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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