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명, 시트콤 제작자로 변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한국 시트콤의 '황제' 오지명(61)이 직접 시트콤을 만들어 시청자를 찾아간다.

오지명은 4월 초부터 KBS2 TV가 '멋진 친구들' 후속으로 방영할 일일 시트콤을 1년간 납품하기로 최근 KBS와 계약했다. 제작은 물론이고 기획과 캐스팅도 그가 맡았다.

"이제 시트콤이 뭔지도 알 것 같고, 정말 웃기는 시트콤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제작에 나섰다" 는 게 그의 설명. 그는 "작품의 완성도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크지만 작가들이 쓴 대본도 함께 검토하고 연출자와 상의해나가면 큰 문제는 없을 것" 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9월 기획에 들어간 이 시트콤은 현재 캐릭터 설정과 캐스팅을 마무리하는 단계. 제목은 미정이다.

강직한 변호사와 그의 사무장이 사회 정의를 위해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빚어지는 갖가지 해프닝이 주요 내용이다.

오지명이 오변호사로 출연하며 부인 역은 강부자가 맡는다. 또 다른 주인공인 사무장역에는 김용건과 주현 중 한 명이 출연하게 된다.

"새로운 게 뭐냐고 물으면 별로 대답할 건 없어요. 사람들이 '순풍 산부인과' 의 내 캐릭터를 좋아하잖아요. 그 캐릭터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겁니다."

그러면서 오지명은 '순풍…' 의 캐릭터가 93년 SBS 시트콤 '오박사네 사람들' 의 오박사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이 좋아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또 세월이 흘러도 한국인이 좋아할 캐릭터라는 얘기다.

오지명이 제작자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1970년대 '사나이 현주소' '안개속의 탈출' 등 액션 영화를 제작한 경험이 있다.

"제작을 그 때 좀 알게 됐죠. 흥행에 그렇게 실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으로 그만 뒀어요. 액션영화를 제작하다 보니 캐스팅 제의도 액션물 외에는 들어오지 않는 거에요." 그는 시트콤에 대한 평소 생각을 이렇게 설명했다.

"시트콤에는 인상적인 캐릭터와 배우의 자연스런 연기가 필수에요. 연기자 자신이 연기하면서 웃을 수 있어야 시트콤이 좋아집니다."

다시 말해 시트콤의 캐릭터가 연기자 본인의 진짜 성격과 일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오지명은 " '순풍…' 에서 캐릭터가 다혈질적이었는데 나도 진짜로 욱 하는 성질이 강해요" 라며 "이번 시트콤도 캐스팅과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신경 쓸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시트콤은 밤 9시20분대 방영이 유력해 '순풍…' 의 김병욱 PD가 연출중인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와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상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