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건물, 디자인 콘테스트 거쳐야 허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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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호 12면

“몬트리올에선 새로 짓는 공공건물은 디자인 콘테스트를 거치지 않으면 건축 허가가 나오지 않는다.”

캐나다 몬트리올 부시장 포토풀로스

25일 오전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인터뷰에 응한 헬렌 포토풀로스(58·여·사진) 캐나다 몬트리올시 부시장은 시의 디자인 정책에 대한 얘기부터 꺼냈다. 이런 정책 덕분에 몬트리올시는 2006년 유네스코에 의해 디자인 창의도시로 선정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력한 디자인 정책을 추진하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1980년대 초 몬트리올 시장은 도시계획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고 디자인을 중시하는 정책을 폈다. 디자인을 대도시 발전의 우선 분야로 인식한 피카드 보고서(Picard Report)가 86년 발표됐다. 그 이후 꾸준히 건축 구조물 개선 정책을 추진해왔다. ‘오래된 건물 옆에 새 건물을 신축할 땐 반드시 오래된 건물의 모양을 따라 한다’는 등의 원칙을 세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꾀했다. 물론 고비도 있었다. 시장이 디자인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이 선출되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되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 행정부 내에 디자인 위원(Design Commissioner) 직위가 북미지역 최초로 신설됐고 디자인을 통한 도시 개혁을 한결같이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이 진행됐나.
“‘말하는 것을 실행에 옮기자(practice what we preach)’라는 기치 아래 디자인이 공공건물·도로 등의 재건축과 도심 재개발 사업 추진 과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도서관·공원 등 공공건물들은 디자인 콘테스트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무엇을 하든, 디자이너와 함께 일하는 풍토를 정착시켰다. 우리의 경험에서 보면 지도자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시장이 디자인에 무게를 두느냐, 무작정 이익을 내는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시민들의 참여는 어떻게 이끌어냈나.
“시민들이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했다. 2007년부터 시 정부 주최로 ‘디자인 몬트리올 오픈 하우스’라는 행사를 연다. 이틀간의 행사기간 중 구세대와 신세대, 디자인 전문가와 일반 대중이 한데 어울리는 디자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매년 5월 각종 디자인 대회 수상자들이 자기 사무실이나 일하는 곳을 시민들에게 개방, 작업하는 광경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하는 행사도 연다. 디자인이 대중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있다.”

-시민들을 위한 도시 디자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1950~60년대 자동차가 ‘신’인 것처럼 고속도로도 자동차 위주로 지어졌다. 그러다 보니 도심의 ‘마운트 로열’이라는 산으로 가는 길이 막혔다. 자동차 대신 도시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공공 교통수단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

-디자인이 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억5000만 달러의 이익과 2만1720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몬트리올 발전의 전략적 원동력이다. 또 퀘벡주 디자인산업 노동력의 65.3%가 몬트리올에 거주한다. 문화산업부문 총 이익의 34%를 차지한다.”

-몬트리올이 ‘그린 시티’로 불리는데.
“바이시클과 택시의 합성어인 ‘빅시(BIXI) 시스템’이 성공한 덕이 컸다. 일명 ‘자전거 택시’로 불리는 빅시 시스템은 2007년 몬트리올 주차 당국이 개발했다. 몬트리올 시 중심부 등 300개소의 전용 주차대에 3000대의 자전거가 마련돼 있다. 시내에서 이동할 때 유용하다. 주차대는 500m 간격으로 설치돼 있다. 전철역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회사까지 출근했다가 퇴근할 때 다시 전철역까지 타고 가서 돌려주는 방식이어서 교통체증 완화 및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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