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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거슈윈의 숨은 명곡 연아와 만나 생명을 얻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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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연아는 음악 선정과 해석에서도 금메달 감이었다. AP통신은 “김연아는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표현했다. 조지 거슈윈(1898~1937)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1925)는 그의 대표곡인 ‘랩소디 인 블루’ ‘아이 갓 리듬’ 등에 가려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작품. 하지만 김연아는 날렵한 동작과 빼어난 표현력으로 피겨 음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다른 선수들이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하이라이트와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 등 익숙한 클래식 음악을 고를 때 김연아는 참신한 작품을 들고 은빛 링크를 장악했다.

김연아도 처음에는 이 음악을 생소해했다. 자서전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처음 들었을 땐 좀 심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뭔가 밍밍한 느낌이었다’고 기억했다. 사람들의 귀를 단번에 잡아 끌 만한 쉬운 멜로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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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고른 안목=김연아는 멜로디보다 강렬한 리듬으로 승부했다. 1973년 녹음된 음반을 찾아 1·3악장을 편집했다. 재즈와 클래식 피아노를 동시에 다루는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이 피츠버그 심포니와 함께 연주한 앨범(유니버설 뮤직 발매)이다.

거슈윈의 숨은 명곡이 4분 분량의 편곡 끝에 빛을 발했다. 1악장의 원래 도입부인 1분가량을 잘라내고 피아노 솔로의 자유로운 연주로 연기를 시작한 것도 효과적이었다. 김연아는 피아노와 관현악의 연주를 교차로 배치해 다양한 면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피아노 독주에 이어 관현악이 합류하기 직전 첫 점프를 성공시키면서 서서히 분위기를 달궈나갔다. 오케스트라가 총주(總奏)하는 부분에서는 부드러운 스파이럴 시퀀스를 적절히 배치했다. 같은 시간 동안 동일한 멜로디가 반복되도록 편집한 아사다 마오의 음악(라흐마니노프의 합창 교향곡 ‘종’)과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했다.

◆장점 살린 편집=김연아는 피아노를 타악기처럼 사용한 거슈윈을 제대로 이해했다. 강렬하게 튀어 오르는 건반 악기의 리듬을 부각시켰다. 피아노가 리듬 악기처럼 두들겨질 때는 얼음판을 찍는 스텝으로 음악에 화답했다. 거슈윈은 기존 피아노 협주곡의 틀을 깨고 피아노를 오케스트라의 악기 중 하나처럼 사용했다.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이 김연아에게 “음악이 너무 강해서 그동안 여자 선수들이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던 것도 작품의 이런 특성 때문이다. 김연아는 이 점을 정확하게 간파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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