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카페] 국내 기업가들 부각시킬 책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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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성에서는 그리스인 만 못하고, 체력은 게르만인 보다 뒤처지는 고대 로마인들이 번영을 구가했던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역사서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대작(大作)집필의 장정에 나섰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런 의문을 미국에 대입시켜 보자. "아시아만한 지혜도, 유럽 만한 전통도 없는 미국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일까□" 일단 그 해답은 자본가들의 힘일 것이다.

기업인들이 창출해내는 부(富)만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기자는 그들에 관한 무수한 영웅적 스토리를 만들어내 읽히게 만드는 문필가 집단과 출판행위의 힘까지를 말하고 싶다.

앞장에 소개된 『CEO 래리 엘리슨과 오라클 신화』나 『승려와 수수께끼』는 그런 류의 책 중의 일부에 불과하다.

IT업계의 핵심 CEO 생각을 대중적 읽을거리 속에 성공적으로 녹여낸 것이 『CEO 래리 엘리슨…』이라면, 최고 경영자가 직접 마이크를 쥔 것이 『승려와 수수께끼』다.

그중 『수수께끼와 승려』는 완성도와 메시지면에서 가히 '이 시대의 저술' 이라고 할 만하다.

기업에 가장 우수한 인력들이 몰리는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이제는 기업가가 인문학적 성찰까지를 이 사회에 던져주는구나 하는 놀라움이 절로 나온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과장없이 '적막강산' 이다. 놀라운 일이다.

1960년대 이후 '한강의 기적' 이라는 자랑스런 이 시대의 위업은 어디로 갔고, 이 과정의 주역인 기업인들의 활동은 과연 어디에 기록이 남아 있는가?

반면 서점가를 가득 메운 경제 경영서들은 십중팔구가 바다 건너 미국쪽 이야기이다.

한국 땅에 명멸했던 사람과 기업행위에 주목을 해주고 그들 삶에 관한 실물크기의 읽을거리를 산출해낸 작업은 정말 귀하다.

되레 근거없는 자화자찬 내지 홍보용 자서전들이 나오고 있고, 그런 책을 써주는 문필가들은 '이름을 더럽힌다' 며 쉬쉬한다.

또 뒤에서는 훼절했다고 손가락질도 해대는 것이 우리의 고약한 풍토다.

이런 형편에서 예를 들어 현대기업사의 중요한 인물인 유한양행 유일한 박사와 관련해 대중적 읽을거리의 전기나 자서전이 광범위하게 읽힌다는 말을 기자는 들어본 바 없다.

어차피 대중사회는 '신화' 를 기다린다. 그런 '신화' 는 오늘을 사는 장삼이사들의 희망일 수 있으며, 교육적 효과 또한 근사할 것도 자명하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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