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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행정수도 특별법 헌법소원 헌재 결정문 <전문> -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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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헌법재판소 결정

사 건 2004헌마554.566(병합)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 확인

청 구 인 1. 최상철 외 168인. 청구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신촌 담당변호사 김문희, 동 이영모, 변호사 이석연

2.정재명 (2004헌마566). 국선대리인 변호사 김영진

보조참가인 임만수 외 229인. 보조참가인들 대리인 법무법인 신촌 담당변호사 김문희, 동 이영모, 변호사 이석연

주 문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2004.1.16. 법률 제7062호)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2002.9.30.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노무현은 선거공약으로'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와 정부 부처를 충청권으로 옮기겠다'는 행정수도 이전계획을 발표하였다. 2002.12.19. 실시된 제16대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었고, 2003.4.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등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2003.4.17. 대통령령 제17967호)이 제정되고 이에 근거하여 청와대 산하에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이, 건설교통부 산하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이 각 발족되어, 이들이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정책 입안, 후보지역 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2)2003.10. 정부는 신행정수도의 건설을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제안하였고, 2003.12.29. 국회 본회의는 이 법안을 투표의원 194인 중 찬성 167인으로 통과시켰으며(반대 13인, 기권 14인), 2004.1.16.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법률 제7062호로 공포되었고 부칙 규정에 따라 그로부터 3월 후부터 시행되었다. 위 법은 수도권 집중의 부작용을 시정하고 국가의 균형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행정수도를 충청권 지역으로 이전할 것을 규정하면서, 국무총리와 일반인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하고, 건설교통부장관이 관리.운용하는 특별회계를 신설하며, 난개발과 부동산투기 등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3)위 법 시행 후 2004.5.21.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발족되었으며, 2004.7.21. 위 위원회는 제5차 회의에서 주요 국가기관 중 중앙행정기관 18부 4처 3청(73개 기관)을 신행정수도로 이전하고, 국회 등 헌법기관은 자체적인 이전 요청이 있을 때 국회의 동의를 구하기로 심의.의결하였다. 한편 2004.8.11. 위 위원회는 제6차 회의에서 '연기-공주 지역'(충청남도 연기군 남면, 금남면, 동면, 공주시 장기면 일원 약 2160만평)을 신행정수도 입지로 확정하였다.

(4)청구인들은 서울특별시 소속 공무원, 서울특별시 의회의 의원, 서울특별시에 주소를 둔 시민 혹은 그 밖의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국민들로서, 위 법률이 헌법 개정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이므로 법률 전부가 헌법에 위반되며 이로 인하여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 납세자의 권리, 청문권,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재산권 및 행복추구권을 각 침해받았다는 이유로 같은 해 7.12.(2004헌마554) 및 같은 달 15.(2004헌마566) 위 법률을 대상으로 그 위헌의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 심판을 각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신행정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2004. 1. 16. 제정 법률 제7062호, 이하 '이 사건 법률'이라 한다)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이 사건 법률의 내용은 별지3과 같다.

2. 청구인들의 주장과 이해관계기관의 의견 요지

가. 청구인들의 주장

(1)이 사건 법률은 대통령의 선거공약이행의 차원에서 제정된 법인데 실질적인 수도 이전을 계획.추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사실은 헌법적으로 볼 때 불문헌법에 속한다. 따라서 수도 이전에는 헌법 개정에 버금가는 절차인 국민투표를 하여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여야만 헌법적 정당성을 갖추게 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은 국가안위에 관련된 중요한 국가정책에 관한 사항을 담았고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있었으므로 그 제정시에 헌법 제72조 소정의 국민투표를 반드시 거쳤어야 할 것임에도 이를 거치지 아니한 것은 헌법에 위반되며,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 것이다.

(2)수도 이전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은 국민이 납부하는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예산에서 지출될 것인 바, 이러한 지출은 재정투자의 우선순위를 도외시하고 헌법원칙을 무시한 위헌적인 것이다. 이와 같은 위헌적인 국가재정지출의 근거가 되는 이 사건 법률은 헌법 제37조 제1항의 '헌법에서 열거되지 아니한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하는 납세자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3)수도이전은 국가 또는 국토의 재편계획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국민 모두가 지대한 이해관계를 가지므로, 적법절차의 원칙상 법률제정 과정에서 청문회 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를 필요적으로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은 청구인들을 포함한 국민의 청문권을 침해한 것이다.

(4)서울특별시 의회의원과 공무원인 청구인들에게는 이 사건 법률의 제정으로 인하여 서울특별시 공무원으로서 공직수행과정에서 누렸던 지위와 권리가 박탈되어 그러한 이익이 침해될 것이 예상되는데 이는 그들의 공무담임권과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5)이 사건 법률은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절차적 사항을 정하기 위한 법률임에도 불구하고 실체적 사항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고, 수도 이전 계획에 대하여 대통령이 승인하기 전에 국회에서 먼저 정하도록 하여 국회가 대통령의 하위기관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으며, 수도 이전 지역을 특정지역으로 확정하고 있어서 법 규범 상호 간에 준수되어야 할 체계의 정당성이 결여되었다. 또한 수도 이전 지역으로 규정된 충청권에 비하여 합리적 이유없이 다른 지역을 차별하는 것으로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청구인들에게는 수도의 이전으로 인하여 경제.사회생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예상되는데 이는 동 청구인들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나. 대통령.건설교통부장관.법무부장관 및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의 의견

(1)청구인들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기본권들은 모두 그 침해의 개연성이 없다. 이 사건 법률의 내용은 수도 이전의 추진에 관한 일반적 사항뿐으로서 개개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관련성을 가지지 못하며, 또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매개하지 않고는 직접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은 2003. 12. 29. 국회에서 의결되어 2004. 1. 16. 공포되었으므로 그날로부터 90일 이내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여야 함에도 이를 경과하여 2004. 7. 12.에야 헌법소원을 제기하였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을 넘겨 부적법하다.

(2)헌법 제72조의 국민투표권은 대통령이 그 부의권을 행사할 때 비로소 발생하는 권리이므로 이 사건의 경우 문제될 수 없다. 수도 문제는 헌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 아니며, 서울이 수도인 것은 법률적 근거를 가지고 있을 뿐이어서 헌법적 효력을 가지는 불문헌법으로 볼 수 없다. 또한 불문헌법을 개정함에 있어서도 헌법 개정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은 헌법 제130조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수 없다.

(3)국민들이 납세자이긴 하나 정부가 세금을 어떻게 적재적소에 사용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부여된 것은 아니다. 이는 오직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를 통하여 감시되고 통제될 뿐이다. 따라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납세자로서의 권리는 당초부터 침해될 수 없다.

(4)청구인들은 청문권의 침해를 주장하나 정부가 법률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미 공청회를 개최한 바 있으며, 입법예고도 시행하였고 국회의 입법과정에서도 국회소관 위원회에서 국회법에 의거하여 공청회 개최를 생략하기로 의결한 바 있으므로 적법 절차를 위배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청문권을 침해한 바가 없다.

(5)이 사건 법률의 내용상 각 조항 간은 물론 다른 법률과 모순되거나 저촉되는 바가 없으므로 체계정당성의 원리를 위배한 것이 아니다. 또한 수도 이전 예상지역을 대전.충청권으로 정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국가의 균형발전.수도권의 집중 해소 등 합리적 이유가 있으므로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6)청구인들은 수도의 이전으로 단순히 사실상 경제적 반사이익만이 관계되고 있을 뿐이므로 직업선택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행복추구권 등은 침해될 수 없다.

다. 서울특별시장의 의견

서울이 수도로서 유구한 역사와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고 있고, 수도권 과밀해소의 해법으로 수도이전은 적합하지 않으며, 행정수도법 제정 과정에서 서울특별시와 서울시 의회에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강조하고 있는 외에는 청구인들의 주장 요지와 같다.

3.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가. 기본권 침해의 개연성이 있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은 수도의 이전을 확정하고 그 이전의 절차를 정하는 내용을 가진 법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수도가 서울인 점이 명문의 헌법조항에서 밝혀진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 헌법의 해석상 그것이 국가생활의 오랜 전통에 의하여 확립된 기본적 헌법사항으로서 불문의 관습헌법에 속하는 것임이 확인된다면, 수도의 이전을 내용으로 하는 이 사건 법률은 우리 헌법의 내용을 헌법개정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하위 법률의 형식으로 변경하여버린 것이 된다. 비록 헌법 전에 명문이 없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관습헌법 사항이라면 이는 의연히 헌법의 일부이므로 헌법 개정의 절차에 의하여만 변경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헌법 제130조는 헌법의 개정을 위해서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에 의하여 발의되고,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국회의 의결을 거친 후 반드시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은 본안에 관한 판단에서 수도가 서울인 점에 대한 관습헌법성이 확인된다면 헌법 개정에 의하여 규율되어야 할 사항을 단순 법률의 형태로 규율하여 헌법 개정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국민투표를 배제한 것이 되므로 국민들의 위 투표권이 침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은 헌법 개정에 있어서 청구인들이 갖는 참정권적 기본권인 국민투표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므로 그 권리침해의 개연성이 인정된다.

나. 기본권 침해의 자기관련성.직접성.현재성이 있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이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개연성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다음으로 그 권리 침해의 자기관련성과 직접성 및 현재성을 살펴보기로 한다. 여기서 침해되는 기본권은 국민으로서 가지는 참정권의 하나인 헌법개정의 국민투표권인 바, 이 권리는 대한민국 국민인 청구인들 각 개인이 갖는 기본권이므로 청구인들이 이 사건 법률에 대하여 권리 침해의 자기관련성이 있음은 명백하다. 또 이 사건 법률은 수도 이전을 당연한 전제로 하여 이를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므로 '수도 이전' 자체에 관하여는 더 이상 어떠한 절차나 결정을 필요로 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헌법개정에 관하여 국민이 갖는 국민투표권이라는 기본권이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직접 배제되므로 직접성도 인정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의 공포.시행에 의하여 수도 이전은 법률적으로 확정되고 따라서 청구인들의 위 국민투표권은 이미 배제되었으므로 위 권리의 침해는 현실화되어 현재에도 계속되고 있어 침해의 현재성도 인정된다. 그렇다면 청구인들은 수도 이전을 결정하고 그 절차를 정하는 내용의 이 사건 법률에 대하여 권리침해의 자기관련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청구인들의 권리침해의 직접성과 현재성도 모두 인정된다.

다.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는지 여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은 같은 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은 법령의 시행과 동시에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되는 경우에는 그 법령이 시행된 사실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법령이 시행된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법령이 시행된 후에 비로소 그 법령에 해당하는 사유가 발생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게 된 경우에는 그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그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헌재 2004. 4. 29. 2004헌마93, 공보 92, 554, 556).

그런데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는 이 사건 법률이 시행된 2004. 4. 17.부터 90일 이내인 2004. 7. 12. 및 2003. 7. 15.에 제기되었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다.

라. 고도의 정치적 행위여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인지 여부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문제 또는 수도를 이전하는 문제는 고도의 정치적인 문제로서 이에 관한 대통령이나 국회의 결정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부적법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1)국가긴급권의 발동, 국군의 해외파견 등과 같이 대통령이나 국회에 의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이 요구되고, 이러한 결단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한다는 요청에서 사법심사를 자제할 필요가 있는 국가작용이 우리 헌법상 존재하는 것은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헌법의 기본원리인 법치주의의 원리상 대통령, 국회 기타 어떠한 공권력도 법의 지배를 받아야 하고, 모든 국가작용은 국민의 기본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데에서 나오는 한계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며, 헌법재판소는 헌법의 수호와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사명으로 하는 국가기관이므로, 비록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의하여 행해지는 국가작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상이 될 수 있다(헌재 1996. 2. 29. 93헌마186, 판례집 8-1, 111, 115-116 참조).

(2) 신행정수도건설이나 수도 이전의 문제가 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정할 수 있지만, 그 자체로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여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하기에는 부적절한 문제라고까지는 할 수 없다. 더구나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이 사건 법률의 위헌 여부이고 대통령 행위의 위헌 여부가 아닌 바, 법률의 위헌 여부가 헌법재판의 대상으로 된 경우 당해법률이 정치적인 문제를 포함한다는 이유만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

(3)다만, 이 사건 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선결문제로서 신행정수도 건설이나 수도 이전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지 여부에 관한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경우 위 의사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문제여서 사법심사를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그 의사 결정에 관련된 흠을 들어 위헌성이 주장되는 법률에 대한 사법심사 또한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위 의사결정이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경우에는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위 의사결정과 관련된 법률도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 헌법은 선거권(헌법 제24조)과 같은 간접적인 참정권과 함께 직접적인 참정권으로서 국민투표권(헌법 제72조, 제130조)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민투표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의 하나이다(헌재 2001.6.28. 2000헌마735, 판례집 13-1, 1431, 1439 참조). 그러므로 대통령의 의사결정이 국민의 국민투표권을 침해한다면, 가사 위 의사결정이 고도의 정치적 결단을 요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이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의 위헌성이 대통령의 의사결정과 관련하여 문제되는 경우라도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4)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하기 위한 선결문제로서 국민투표권에 관한 대통령의 의사결정의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라도 청구인들의 국민투표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위한 한도에서는 이 사건 법률이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될 수 있고, 따라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이 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것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는 할 수 없다.

마. 소 결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청구는 위 쟁점들에 관하여 적법요건을 모두 갖추었으며 달리 적법요건상 흠결이 있다는 사정이 엿보이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4. 본안에 관한 판단

가. 헌법상 수도의 개념

(1)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수도는 국가권력의 핵심적 사항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이 집중 소재하여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실현하고 대외적으로 그 국가를 상징하는 곳을 의미한다. 입헌국가의 규범적 요청에 부합하는 수도는 다음의 특징들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우선 대의민주제 입헌국가에서는 국민의 대의기관인 의회를 통한 입법기능이 수행되는 곳이어야 한다. 입법기관의 '직무소재지'라는 것은 수도로서의 성격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다. 다음으로 수도는 국가의 대표기능 내지 통합기능이 수행되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제 국가의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국가를 대표하고 국가의 통일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바 대통령의 이러한 대내외적 활동은 그 활동이 수행되는 장소에 대하여 "수도적인 것"의 한 필수적 요소를 부여하게 된다. 국가원수의 이러한 활동은 국민정서상의 상징가치를 가진 것으로서 심리적으로 국가통합의 계기를 이루는 것이므로 수도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본질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나아가 수도는 정부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들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것이다. 정부는 특히 경제 정책도 포함한 대내외의 제반 정책들을 책임 있게 수행함으로써 정치적.행정적으로 국가를 이끌어 나간다. 이와 같은 정부의 기능은 그것이 행사되고 현실화되는 장소에 대하여 수도적인 것의 하나의 계기를 부여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창조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할 행정을 담당.수행하는 탓에 그 기구가 전문적이고 방대하여 반드시 한 도시에만 집중하여 소재할 필요는 없고, 특히 최근 정보통신 기술의 현저한 발전으로 인하여 화상회의와 전자결재 등 첨단의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장소적 이격성을 극복하고 얼마든지 유기적 업무 협조를 실현할 수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하면 정부 조직의 분산배치는 정책적 고려가 가능하다. 특히 대통령제의 통치구조 아래에서 대통령은 국가원수일 뿐 아니라 행정부의 수반이므로 정부의 소재지는 대통령의 소재지로서 대표된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소재지를 수도의 특징적 요소로 보는 한 정부 각 부처의 소재지는 수도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별도로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볼 필요는 없다. 한편 헌법재판권을 포함한 사법권이 행사되는 장소와 도시의 경제적 능력 등은 수도를 결정하는 필수적인 요소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볼 것이다. 요컨대 수도란 최소한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를 뜻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2)우리 헌법상 최고 헌법기관에는 국회(헌법 제3장), 대통령(제4장 제1절), 국무총리(제2절 제1관), 행정각부(제2절 제3관), 대법원(제5장), 헌법재판소(제6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제7장)가 있다. 이러한 헌법기관들 중에서도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 국회와 행정을 통할하며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의 소재지가 어디인가 하는 것은 수도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특히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고 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국가를 상징하고 정부의 수반으로서 국가운용의 최고 통치권자이며 의회는 주권자인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로 구성된 대의기관으로서 오늘날의 간접민주주의 통치구조하에서 주권자의 의사를 대변하고 중요한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므로 이들 두 개의 국가기관이야말로 국가권력의 중심에 있고 국가의 존재와 특성을 외부적으로 표현하는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나. 이 사건 법률이 수도 이전에 관한 의사결정을 포함하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은 제1조에서 "신행정수도를 건설하는 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규정"함을 명시하고 있을 뿐 대한민국의 수도를 현재의 서울특별시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결정 자체를 명시적으로 포함하고 있지는 아니하다. 또한 이전되는 주요 국가기관의 범위에 관하여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수립한 계획은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제6조 제1항), 특히 정부에 속하지 아니한 헌법기관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같은 조 제4항), 주요 국가기관이라고 하더라도 대통령의 승인과 국회의 동의 여부에 따라서는 이전의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은 국회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주요 국가기관들이 신행정수도로 이전하는 것을 직접 확정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편 이 사건 법률은 신행정수도를 "국가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로 새로 건설되는 지역으로서……법률로 정하여지는 지역"이라고 하고(제2조 제1호), 신행정수도의 예정지역을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행정기관 등의 이전을 위하여……지정.고시하는 지역"이라고 규정하여(같은 조 제2호) 결국 신행정수도는 주요 헌법기관과 중앙 행정기관들이 소재하여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가지는 수도가 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은 비록 이전되는 주요 국가기관의 범위를 개별적으로 확정하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그 이전의 범위는 신행정수도가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기능을 담당하기에 충분한 정도가 되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은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은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로서 헌법상의 수도개념에 포함되는 국가의 수도를 이전하는 내용을 가지는 것이며, 이 사건 법률에 의한 신행정수도의 이전은 곧 우리나라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

또한 이 사건 법률은 수도 이전의 예정지역을 대전광역시.충청북도 및 충청남도 일원(이하 '충청권'이라 한다)의 지역 중에서 지정하기로 하고(제8조), 신행정수도 건설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를 설치토록 하는 바(제27조), 추진위원회는 주요 국가기관을 신행정수도로 이전하는 계획을 수립하고(제6조 제1항), 신행정수도 건설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며(제7조 제1항), 신행정수도 건설 예정지역을 지정하고(제12조), 건설사업에 관한 개발계획을 수립하는(제19조) 등 신행정수도의 원활한 건설을 위하여 필요한 모든 사항들을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제28조). 나아가 이 사건 법률은 신행정수도건설사업시행자의 지정(제18조), 신행정수도건설사업에 관한 계획의 수립(제19조), 그 실시계획의 수립과 승인(제20조), 기반시설의 설치(제22조), 토지 등의 수용(제23조), 건설사업 완료시의 준공검사(제26조) 등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은 신행정수도로의 이전에 관한 계획 수립의 차원을 넘어서 신행정수도를 실제로 건설하는 사업까지 규율하며, 특히 이 사건 법률에 의하여 설치되는 추진위원회는 앞서 본 수도 이전을 추진하기 위한 각종의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할 권한을 가지도록 하여 행정수도 이전에 관한 별도의 국가의사결정 없이도 행정수도이전사업은 이 사건 법률의 집행에 의하여 현실적으로 추진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결국 이 사건 법률은 충청권에 건설되는 신행정수도에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주요 국가기관을 이전하는 의사결정을 그 스스로 담고 있다고 할 것이어서 결국 이 사건 법률은 대한민국의 수도를 충청권으로 이전한다는 의사결정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다. 수도가 서울인 점이 우리나라의 관습헌법인지 여부

(1)성문헌법 체제에서의 관습헌법의 의의와 성립요건

(가)우리나라는 성문헌법을 가진 나라로서 기본적으로 우리 헌법전이 헌법의 법원이 된다. 그러나 성문헌법이라고 하여도 그 속에 모든 헌법 사항을 빠짐없이 완전히 규율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또한 헌법은 국가의 기본법으로서 간결성과 함축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형식적 헌법전에는 기재되지 아니한 사항이라도 이를 불문헌법 내지 관습헌법으로 인정할 소지가 있다. 특히 헌법 제정 당시 자명하거나 전제된 사항 및 보편적 헌법원리와 같은 것은 반드시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아니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헌법 사항에 관하여 형성되는 관행 내지 관례가 전부 관습헌법이 되는 것은 아니고 강제력이 있는 헌법 규범으로서 인정되려면 엄격한 요건들이 충족되어야만 하며, 이러한 요건이 충족된 관습만이 관습헌법으로서 성문의 헌법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다.

(나)헌법 제1조 제2항은'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한다. 이와 같이 국민이 대한민국의 주권자이며, 국민은 최고의 헌법제정권력이기 때문에 성문헌법의 제.개정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헌법전에 포함되지 아니한 헌법 사항을 필요에 따라 관습의 형태로 직접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습헌법도 성문헌법과 마찬가지로 주권자인 국민의 헌법적 결단의 의사의 표현이며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관습에 의한 헌법적 규범의 생성은 국민주권이 행사되는 한 측면인 것이다. 국민주권주의 또는 민주주의는 성문이든 관습이든 실정법 전체의 정립에의 국민의 참여를 요구한다고 할 것이며, 국민에 의하여 정립된 관습헌법은 입법권자를 구속하며 헌법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다)관습헌법이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먼저 관습이 성립하는 사항이 단지 법률로 정할 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헌법에 의하여 규율되어 법률에 대하여 효력상 우위를 가져야 할 만큼 헌법적으로 중요한 기본적 사항이 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실질적인 헌법사항이라고 함은 널리 국가의 조직에 관한 사항이나 국가기관의 권한 구성에 관한 사항 혹은 개인의 국가권력에 대한 지위를 포함하여 말하는 것이지만, 관습헌법은 이와 같은 일반적인 헌법사항에 해당하는 내용 중에서도 특히 국가의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사항으로서 법률에 의하여 규율하는 것이 적합하지 아니한 사항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헌법사항 중 과연 어디까지가 이러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헌법사항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일반추상적인 기준을 설정하여 재단할 수는 없는 것이고, 개별적 문제사항에서 헌법적 원칙성과 중요성 및 헌법원리를 통하여 평가하는 구체적 판단에 의하여 확정하여야 한다.

(라)다음으로 관습헌법이 성립하기 위하여서는 관습법의 성립에서 요구되는 일반적 성립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이러한 요건으로서 첫째, 기본적 헌법사항에 관하여 어떠한 관행 내지 관례가 존재하고, 둘째,그 관행은 국민이 그 존재를 인식하고 사라지지 않을 관행이라고 인정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반복 내지 계속되어야 하며(반복.계속성), 셋째, 관행은 지속성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서 그 중간에 반대되는 관행이 이루어져서는 아니되고(항상성), 넷째, 관행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정도로 모호한 것이 아닌 명확한 내용을 가진 것이어야 한다(명료성). 또한 다섯째, 이러한 관행이 헌법관습으로서 국민들의 승인 내지 확신 또는 폭넓은 컨센서스를 얻어 국민이 강제력을 가진다고 믿고 있어야 한다(국민적 합의). 이와 같이 관습헌법의 성립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2)기본적 헌법사항으로서의 수도문제

헌법기관의 소재지, 특히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과 민주주의적 통치원리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의회의 소재지를 정하는 문제는 국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실질적 헌법사항의 하나이다. 여기서 국가의 정체성이란 국가의 정서적 통일의 원천으로서 그 국민의 역사와 경험, 문화와 정치 및 경제, 그 권력구조나 정신적 상징 등이 종합적으로 표출됨으로써 형성되는 국가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수도를 설정하는 것 이외에도 국명을 정하는 것, 우리말을 국어로 하고 우리글을 한글로 하는 것, 영토를 획정하고 국가주권의 소재를 밝히는 것 등이 국가의 정체성에 관한 기본적 헌법사항이 된다고 할 것이다. 수도를 설정하거나 이전하는 것은 국회와 대통령 등 최고 헌법기관들의 위치를 설정하여 국가조직의 근간을 장소적으로 배치하는 것으로서, 국가생활에 관한 국민의 근본적 결단임과 동시에 국가를 구성하는 기반이 되는 핵심적 헌법사항에 속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수도의 문제는 내용적으로 헌법사항에 속하는 것이며 그것도 국가의 정체성과 기본적 조직 구성에 관한 중요하고 기본적인 헌법사항으로서 국민이 스스로 결단하여야 할 사항이므로 대통령이나 정부 혹은 그 하위기관의 결정에 맡길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

(3) 수도 서울의 관습헌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우리 헌법전상으로는 '수도가 서울'이라는 명문의 조항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서울은 사전적 의미로 바로 '수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1392년 이성계가 조선왕조를 창건하여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이래 600여년간 전통적으로 현재의 서울 지역은 그와 같이 일반명사를 고유명사화하여 불러 온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서울 지역이 수도인 것은 그 명칭상으로도 자명한 것으로서, 대한민국의 성립 이전부터 국민들이 이미 역사적.전통적 사실로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대한민국의 건국에 즈음하여서도 국가의 기본구성에 관한 당연한 전제사실 내지 자명한 사실로서 아무런 의문도 제기될 수 없었던 것이었다. 따라서 제헌헌법 등 우리 헌법제정의 시초부터 '서울에 수도(서울)를 둔다'는 등의 동어반복적인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헌법조항을 설치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 후에도 수차의 헌법개정이 있었지만 우리 헌법상으로 수도에 관한 명문의 헌법조항은 설치된 바가 없으나, 그렇다고 하여 우리나라의 역사적.전통적.문화적 상황에 비추어 수도에 관한 헌법관습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울이 바로 수도인 것은 국가생활의 오랜 전통과 관습에서 확고하게 형성된 자명한 사실 또는 전제된 사실로서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의 국가구성에 관한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나) 한편 우리나라에서 수도가 서울인 점의 관습헌법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울이 우리나라의 수도로 설정되고 수도로서의 역할을 계속하여온 역사적 경위를 실증적으로 확인하여야 할 것이다.

1) 조선의 창건과 서울의 수도 설정

가) 서울은 일찍이 고려시대에 남경이 설치되어 서경, 동경인 평양, 경주와 더불어 고려의 이른바 삼경제를 이루는 지방행정의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고려 문종 21년 서기 1067년). 남경은 지금의 서울.경기지역의 일부 지역을 직접 관할로 하였으며 주변지역의 행정중심지로서 궁궐 등 상당한 규모의 도시가 건설되어 있었고 한때 고려의 왕들이 순행을 하며 거처하기도 하였던 곳이다.

나)조선왕조가 창건되자 곧바로 천도론이 제기되었다. 공양왕 4년(서기 1392년) 7. 17. 왕위에 오른 태조 이성계(이하 '태조'라고만 한다)는 같은 해 8. 13.에 도평의사사에 한양으로 도읍을 옮기도록 명을 내렸다. 그러나 같은 해 9. 3. 배극렴.조준 등이 "한양의 궁궐이 이룩되지 못하고 성곽이 완공되지 못하여 호종하는 사람이 민가를 빼앗아 들어가게 되며 기후는 점차 추워 오고 백성들은 돌아갈 데가 없으니, 궁실과 성곽을 건축하고 각 관사를 배치하기를 기다려 그 후 도읍을 옮기도록 하자"고 주청하였고 태조가 이를 옳게 여겨 초기의 천도계획은 중지되기에 이르렀다.

다)그 후 천도 논의는 계룡산과 무악 등 새로운 후보지가 등장하면서 도읍지를 어디로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변경되었다. 계룡산의 경우 태조 2년(서기 1393년) 2. 8. 태조는 직접 계룡산하의 후보지를 둘러보고 산수 형태, 조운.도로의 형편 등을 살펴보고 새 도읍지로 결정하였고 이어 건설공사와 함께 관련된 행정구역의 정비까지 시작하였다. 그러나 같은 해 12. 11. 당시 경기좌우도 도관찰사 하륜의 불가론에 의하여 다시 새 도읍의 공사는 중단되었다. 당시 하륜은 도읍은 마땅히 나라의 중앙에 있어야 될 것인데 계룡산은 지대가 남쪽에 치우쳐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도읍건설을 중지할 것을 주장하였고 태조가 여러 관리들의 검토를 거쳐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새로운 후보지로 등장한 것이 무악(지금의 서울 연희.신촌동)이었다. 태조 3년(서기 1394년) 8. 11. 태조는 무악을 직접 둘러보았으나 많은 관리가 무악이 수도가 될 수 없다고 하고 심지어 송도에 그대로 도읍을 두자는 의견까지 있자 다시 도읍지를 골라보라는 명령을 내렸는 바 이때 다시 남경, 즉 한양이 주목되었다. 이에 따라 같은 달 13. 태조가 한양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왕사인 자초와 여러 재상들이 모두가 도읍을 정할 만하다고 하였으므로 태조는 최종적으로 한양을 도읍지로 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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