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노력 … ” 끝내 흐느낀 도요타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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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자동차 사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청문회를 마친 뒤 가진 미 현지 근로자와의 대화 시간에서 설움에 북받친 듯 울먹이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최고경영자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사진) 사장이 또 한번 몸을 낮췄다. 그는 24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도요타 리콜사태 청문회에서 “운전자들이 경험한 모든 사고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미국 의원들은 “충분치 않다”며 3시간 내내 그를 다그쳤다. 특히 급가속 원인과 ‘늦장 대응’ 논란에 대해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는 비판이 많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처음엔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도요다 사장은 모두발언에서 “모든 (도요타) 차에 내 이름이 들어간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도요타가 적극적으로, 끊임없이 노력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의원들도 도요다 사장의 출석을 치하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의원들은 앞다퉈 ‘도요타 때리기’에 나섰다. 하원 감독·조사소위의 에돌퍼스 타운스 위원장은 “도요타 캠리와 프리우스가 비행기였다면 이륙금지 조치를 받았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마시 캡터(민주·오하이오) 의원은 도요타 측 사과에 대해 “(사고로) 숨진 사람들에 대한 절절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지 않다”고 평가 절하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자 유족도 도요타를 압박했다. 지난해 8월 렉서스 급발진 사고로 일가족 4명을 잃은 페 라스트렐라는 “전 세계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해 왔다”며 “다른 이들은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한국인 교포의 피해 사례도 거론됐다. 1997년 몰고 가던 도요타 코롤라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도로를 이탈해 전신이 마비된 최혜연(51·여)씨 경우다. 댄 버튼(공화·인디애나) 의원은 도요다 사장에게 최씨 사고를 아느냐며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도요다 사장은 사고 기록을 검토한 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답했다. 최씨는 사고 직후 차량 결함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13년째 법정투쟁 중이다.

도요다 사장은 이날 의원들의 질문에 성실히 답했다. 하지만 새 내용이 없었다. 급발진 사고에 대해선 “전자제어장치의 결함 탓이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했고, “차량안전에 관한 모든 정보를 미 당국과 충분히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개돼 물의를 빚은 경비절감 보고서에 대해서도 “회사 전체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도요다 사장은 이날 통역을 대동했다. 모두발언은 영어로 했지만 의원들 질문엔 통역을 썼다. 목소리는 담담했고 표정 변화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청문회 후 미 현지 공장 근로자, 딜러들을 만난 자리에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잠시 흐느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FBI, 부품업체 압수수색=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도요타에 부품을 대는 덴소·야자키·도카이리카 3개 업체의 미국 지사를 압수수색했다. 이 중 덴소는 문제가 된 가속페달 공급 회사다. 하지만 미 법무부는 이번 수색이 “반독점법 위반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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