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들은 요즘도 오후 5시30분이 되면 TV 앞에 다가 앉는다.
자신들의 영웅 '소년장수' 를 만나기 위해서다.
오똑한 코에 반짝이는 눈망울, 그리고 빨간 갑옷을 차려 입은 '쇠매' 는 북한 어린이들이 가장 사랑하는 만화영화의 캐릭터다.
옛날 고구려에서 태어난 쇠매가 아버지 원수를 갚고 외적을 물리치면서 씩씩한 소년장수로 성장한다는 게 줄거리로, 어린이를 포함한 주민들의 반응이 대단하다고 한다.
소년장수는 북한 만화영화의 고전(古典)이다.
1987년 제작한 제1부 '아버지의 장검' 부터 마지막 '고구려 만세' 까지 총 50편이 제작됐다.
북한 신문에 따르면 이 만화영화 방영 때 방송국에는 '소년장수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가' 는 내용을 담은 어린이들의 편지와 전화가 쇄도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소년장수는 '영리한 너구리' 와 함께 TV방송국이 일년에 몇번씩 재탕.삼탕하는 단골 프로가 됐다.
탈북자들도 "셀 수도 없이 소년장수와 영리한 너구리를 봤다" 고 말하고 있다.
이 만화영화를 중앙TV?지난달 25일부터 다시 방영하고 있다.
이우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만화영화의 기술력은 할리우드에 뒤지지 않는다" 고 평가했다.
실제로 소년장수를 보면 장면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 흔적과 함께 부드러운 영상을 실감할 수 있다.
인건비 압박에 시달리는 한국과 일본의 만화영화는 초당 7컷을 쓰는 반면 북한은 12컷을 쓰기 때문이다.
북한은 뛰어난 기술력 덕분에 '고양이 빌리' '공룡왕자' 등 만화영화를 프랑스.스페인 등지로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수출하고 있다.
소년장수는 북한 만화영화계의 큰 별 손종권 감독의 작품이다. 그는 촬영(고병화.최원택), 작곡(김명희), 영화문학(황석환), 미술(김택전.김영철)등 스태프를 총지휘해 소년장수라는 예술성 높은 만화영화를 탄생시켰다.
그는 이 작품 외에도 50부작 영리한 너구리를 비롯, '호랑이를 이긴 고슴도치' '토끼전' 등 60여편을 제작했다.
최원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