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샘] 흥행 실패땐 출연료 안주는게 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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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배우는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끝까지 관객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겁니까?”

요즘 뮤지컬매거진을 비롯한 연극관련 웹사이트 게시판에는 공연기획사의 횡포에 분노하는 배우들의 글들이 연일 올려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9∼28일 코엑스 컨벤션홀에서 열릴 예정이던 가족 ‘오즈의 마법사’공연이 27일 저녁공연부터 중단된 것.

표면적인 이유는 흥행실패와 배우와 스태프들에 대한 기획사의 계약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이면에는 제작사의 계획성없는 공연추진과 배우들을 존중할 줄 모르는 공연계의 뿌리깊은 관행이 자리잡고 있다.

출연자들은 기획사(주)서울예술단이 ‘아이 오브 코리아’라는 다른 제작사의 이름으로 배우들과 출연계약을 체결한뒤 공연 하루전 제 3의 이벤트회사에 공연제작권을 넘기고 책임자가 잠적해버림으로써 배우들에 대한 계약이행이 이뤄지지 않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배우들을 섭외한 연출자와 (주)서울예술단은 배우들에게 납득할 만한 단 한차례의 설명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공연관련 웹사이트에는 ‘누구누구도 출연료 떼먹기로 유명하다’‘누구는 유명한 배우한테만 출연료를 준다더라’등 연출자와 제작사를 비난하는 글들이 올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배우들도 권익단체를 결성해 제작사들의 횡포에 맞서야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배우들이 이번 사건에 격한 심정을 표현하는 것은, 인건비를 지불하지 않는 것으로 손해를 보전하려는 제작사들의 행동이 연극계에서 관행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

또 대부분 구두로 이뤄지는 연극계의 계약문화 역시 배우들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제작사들이 편한 것은 아니다.변변한 후원회사 하나 없는 상황에서 작품 만드는데, 공연 수익금 없으면 배우들도 짐을 함께 지는게 인지상정 아니냐는 게 제작자들의 주장이다.

출연배우 중 현재 법적 소송을 준비중인 사람은 배우 이연경씨와 TV드라마에서‘미달이’로 유명해진 김성은양 두사람 뿐이다.

“그래도 이 바닥에서 계속 활동할 건데 돈 몇푼 못받았다고 고소하고 난리치면 다음에 누가 배우로 써주겠느냐”는 걱정에서다.

박명성 신시 뮤지컬컴퍼니 대표는 “공연계에 올바른 계약문화가 정착되지 않는 한 그 피해는 결국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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