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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와이드] 아름다운 그 집에 살고 싶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수도권의 베벌리힐스-. 경기도 일산신도시 정발산 남북의 주거지역에는 영화에서나 나옴직한 서구식 목조주택과 유럽풍 집들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 곳 주민들은 "서울 강남의 중형 아파트와 엇비슷한 가격으로 최적의 주거 환경에서 여유롭게 살고 있다" 고 자랑한다.

*** 전원형 주택

내로라하는 집들이 많은 일산에서도 정발산 북쪽 아래 27블록은 그림같은 집이 즐비한 대표적인 단독주택 지역이다.

이 동네의 지상 2층짜리 흰색 목조주택에 인기가수 조관우(34)씨와 부인(張馥臣.30), 7살.3살인 두 아들이 살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를 팔고 이 곳으로 이사온 후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 생활에 흠뻑 빠져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조씨네 가족이 일산으로 이사한 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해변에 한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져 있던 전원주택을 구경했던 경험이 계기가 됐다.

목조로 만든 집들이 생활 속에서 자연의 낭만을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큰아들에게 자연친화적 교육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한 뜻도 있었다.

세 번의 사전 답사를 거쳐 도심지에 인접하고 있으면서도 전원 분위기를 두루 갖춘 이 곳을 선택했다.

맑은 공기와 조용한 주거환경, 갖가지 형태의 예쁜 집들, 주변의 야트막한 산 등 모든 게 흡족했다.

이 집들 가운데 조씨는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실내가 목조로 돼있고 구조가 단순하게 탁 트인 집을 골랐다.

구입 비용 마련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았다. 서울의 47평짜리 아파트를 판 돈 4억4천만원에다 평소 저축해 둔 약간의 돈을 보탰다.

그런데도 집 크기는 두배 가량(부지 80평.건축 연면적 72평)으로 넓어지고 10평 가량의 아담한 정원을 갖추게 됐다.

가수인 조씨에게는 음악 소음 때문에 이웃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 것이 무엇보다 만족스럽다.

그래서 가장 맘에 드는 공간은 작사.작곡과 노래연습실 등으로 사용하는 10평 넓이의 다락방. 기타와 건반 등이 놓여 있다.

한쪽으로는 편안한 소파와 탁자가 있어 응접실 역할도 한다. 응접실 옆엔 앙증스러게 귀여운 미니바를 갖춰 놓았다.

조씨는 "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덕에 이달 말 선보이는 6집 앨범은 이전보다 완성도가 높을 것 같다" 며 웃었다.

일부 주민들은 주택가에 음식점 몇곳을 제외하곤 슈퍼.세탁소.약국.서점 등 생활편의 시설이 없어 다소 불편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시 미관을 해치는 군더더기가 없어 오히려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5분 정도 나가면 슈퍼와 약국 등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씨네 집처럼 일산신도시 22블록(마두1동).23블록(마두1동).27블록(일산4동.장항동)은 신도시 도심지의 전원형 고급 주택가다. 수도권내 5개 신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일산에만 있는 전용주거 지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곳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사저가 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고양시도 단독가구만 지을 수 있는 이 지역을 수도권의 명물로 키우기 위해 특별한 건축규정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담장은 멋진 주택이 훤히 들여다 보이도록 1.2m 높이 이하로 제한하고 담장도 틈이 있는 투시형으로 시공하도록 했다.

또 지붕은 미려한 외관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경사 지붕으로 짓도록 했다.

이밖에 평균 높이 1.5m 이내에서 다락방도 조성할 수 있어 이국적 정취의 작업실.휴게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

*** 이국풍 주택

일산 단독주택가에는 군데군데 다채로운 외양을 한 미국.유럽.중국식 집들이 들어서 있다.

31년 동안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펼치다 귀국한 안순구(安順九.64.내과의사)박사의 집. 중세 유럽풍의 고성(古城)을 연상케 하는 2층짜리 돌로 만들어져 눈길을 잡는다.

과거 프랑스 여행 때 본 적이 있는 중세기 성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성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벽체는 물론 지붕.기둥 할 것 없이 모두 원형으로 돌을 쌓았다.

돌은 세련미를 더하기 위해 눈이 부시도록 하얀 빛깔을 띠는 충주백석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건축비가 목조나 콘크리크식에 비해 다소 비싼 평당 4백50만원(1995년 기준)이 소요됐다.

건축 기간도 일반 건물에 비해 두배가 넘는 1년이 걸렸다. 부지 70평은 94년 7월 평당 1백60만원에 토공으로부터 분양받았다.

안박사는 "밤에도 30도를 오르내리는 아프리카의 열악한 환경에서 반평생을 보낸 탓에 노후에 쾌적한 자연환경과 도시의 편의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살고 싶어 이 곳을 찾았다" 고 말했다.

원형의 집 모양 때문에 가구를 들여놓기에 불편한 점도 있지만 박물관에 온듯한 착각이 들게 하는 고풍스런 멋이 넘친다. 1층 거실과 안방 사이에는 원형 돌식탁이 원형의 돌기둥으로 둘러싸여 있다.

비교적 지붕(2.5m)이 높은 2층 거실 벽에는 아프리카에서 가져온 표범 두마리의 가죽이 걸려 있고 아프리카제 각종 목조 공예품과 수천점의 조개들이 널려 있어 아프리카 미술관을 옮겨놓은 듯하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 중간에는 바깥으로 문을 만들어 주차장 위에 조성한 4평짜리 테라스와 연결했다.

날씨가 따뜻한 날이면 유리창 지붕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받으며 마시는 커피 맛이 그만이다.

담장이 낮아 부인(李明淑.63)과 셋째딸(28.프랑스어 동시통역사) 등 달랑 세 식구만 사는 집이 무서울 법도 하건만 걱정이 없다.

마을 입구 곳곳에 방범 초소가 있고 집에는 무인경비 시스템을 설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도로에 전봇대가 없어 주택가의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안박사 집 주변에는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살아 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웃에 사는 가수 최진희씨를 비롯,가수 양희은.탤런트 양희경 자매 등이 가끔 놀러오곤 한다.

탤런트 김청, 가수 홍서범.조갑경 부부,가수 김종서, 영화배우 문성근, 작가 송지나.정성주, 성우 양지운, 개그맨 이성미 등 방송 연예인 60여명이 살고 있다. 방송국이 밀집한 서울 여의도나 일산 탄현지구와 가깝기 때문으로 보인다.

고양시와 건축 업계에 따르면 일산신도시 전용주거 지역 9백35필지 가운데 아직 94~1백88필지 정도의 빈터가 남아 있어 건축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다.

기존의 주택들도 모두가 개성있게 지어져 마음에 드는 매물을 찾기 쉬울 뿐 아니라 리모델링을 통해 원하는 형태로 주택을 개조해 거주할 수 있다.

글〓전익진 기자

사진〓신인섭.그래픽〓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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