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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통프리텔 직원들 태백 불우가정 '온정순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강원도 태백의 폐광산촌에 21일 뜻밖의 설 손님들이 찾아왔다.

가장이 몸져 눕거나 가출해 노인.자녀들이 어렵게 삶을 꾸려가는 30여 가구가 흩어져 있는 곳.

지프 석대에 나눠 탄 한국통신프리텔 인터넷사업부 직원 여섯명이 집집마다 방문하며 쌀.고기.과일을 전달했다.

철암동의 최명현(18.고3)군은 "병든 아버지께 쌀밥과 고깃국을 드리게 됐다" 며 할머니 이순녀(65)씨를 껴안았다.

崔군은 탄광에서 일하던 아버지 최인서(45)씨가 지난해 봄 척추부상으로 몸져 누운 뒤 몇푼 안되는 생계보조비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43)는 생활고로 10년 전 가출했고 생계를 돕기 위해 지난해말부터 신문 배달을 하던 동생 오현(13.중1)군은 정초 눈길에 미끄러져 뇌졸중으로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했다.

십만원짜리 쌀 한가마 상품권, 쇠고기 두근, 사과 1상자와 성금까지 받은 崔군은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15년간 광원으로 일하다 5년째 중풍을 앓고 있는 빈용철(75.장성동)씨의 방 두칸짜리 집. 부인 김애자(68)씨도 거동이 불편하고 외아들(35)마저 정신질환을 앓는 절망의 세 가족도 崔군집과 똑같은 선물을 받고는 모처럼 얼굴을 폈다.

새벽에 서울을 출발해 밤늦게까지 산골마을을 돈 여섯명은 인터넷사업부 60명을 대표한 20대 신세대들.

지난해말 "태백의 폐광마을이 어렵다" 는 얘기를 듣고 성과급 1천여만원 전액을 이들을 돕는 데 쓰기로 했고, 얘기를 들은 임직원들이 보탠 3백만원을 합쳐 이날 눈길을 누볐다.

양태식(29)대리는 "정선카지노의 메가잭폿 배당액이 1억원이라는 얘기를 들으니 폐광마을 사람들이 더욱 쓸쓸한 설을 보낼 것 같았다" 고 말했다.

이들이 찾은 태백시 장성동.철암동 등의 30여 가구는 대부분 崔군의 경우처럼 소년소녀 가장들의 집.

이번 방문길을 도운 것을 계기로 앞으로 재활사업을 함께 하기로 한 마리아의 전교자 프란치스코 수녀회 태백분원의 허명숙 바올라 수녀는 "폐광촌에 오랜만에 온기가 퍼졌다" 고 말했다.

선행길을 함께 한 윤순영(24.여)씨는 "이렇게 외진 가정들이 있다는 데 놀랐다" 며 "앞으로 전직원이 매달 월급에서 1만원씩 떼 이곳 소년소녀 가장들을 돕기로 했다" 고 소개했다.

태백〓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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